3조8,000억원의 기금을 운영하는 행정공제회가 영화와 공연 등 문화 산업에 본격 투자에 나서며 침체된 국내 문화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공제회는 올해 문화산업에 100억원을 투자하기로 책정했으며 지난해에는 홍보문화팀을 만들어 문화사업에 나서고 있다. 영화투자와 공연장 건립에서 뮤지컬 제작ㆍ투자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사업을 확장하는 행정공제회의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화투자의 새로운 ‘쩐주’(錢主)로 = 행정공제회 이형규 이사장은 최근 영화 ‘크로싱’의 시사회 현장을 직접 찾아 회원 150여명과 함께 관람했다. 이 영화에 공제회가 직접 투자한 금액은 순제작비의 50%인 20억원. 올해 문화산업에 투자하기로 계획된 예산 100억원에서 투자된 것으로 본격적으로 영화에 투자할 방침이라고 공제회 측은 설명한다. 이 작품은 차인표가 출연한 탈북자 가족에 대한 영화로 북한 인권 문제를 정면으로 다뤄 국내외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시사회 이후 작품에 대한 평가가 좋아 공제회는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 공제회는 이미 지난해 ‘식객’에 5억원을 투자해 10% 이상의 투자수익을 올렸으며 앞으로 좋은 작품을 골라 투자할 방침이다. ‘쩐주’ 찾기가 어려운 요즘 영화인들은 행정공제회로부터 투자를 요청하는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작품 촬영이 끝났지만 P&A(프린트 및 마케팅)비용을 구하지 못한 이들이 쇄도하고 있는 것. 유영재 홍보문화팀 대리는 “언론 보도 등을 통해 행정공제회에 영화 감독과 제작자 등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현재 시나리오 여러 편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공제회는 지난달 영화 추격자의 투자배급사 빅하우스 벤티지홀딩스와 영화 및 문화콘텐츠 사업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멀티플렉스ㆍ공연장에 이어 뮤지컬ㆍ드라마 제작까지 = 공제회는 이르면 올 하반기 뮤지컬 제작ㆍ투자에도 뛰어들 계획이다. 아직 순수제작에 직접 나설 노하우가 없어 초기에는 외국 유명 뮤지컬 작품에 투자하는 방식을 택할 것이라고 공제회 관계자는 전했다. 이를 위해 공연티켓 예매업체인 인터파크 ENT와 내부적으로 협조해 뮤지컬 등 공연사업에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국내 유명 드라마 제작사로부터 공중파에 방영되는 드라마를 공동으로 제작하자는 제안서를 받고 검토 중이다. 공제회는 지난해 성황리에 끝난 ‘태양의 서커스 퀴담’에 30억원을 투자하면서 공연 사업에 참여, 약 10% 가량 수익을 올린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게다가 지난해 7월에는 인터파크 등 3개 업체와 컨소시엄을 이뤄 서울 한남동 면허시험장 부지에 뮤지컬 전용관, 대중음악 공연홀 등 2개관을 짓는 사업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뮤지컬 공연장은 1,500석, 음악홀은 1,300석 규모로 지어지며 오는 2011년 초 완공될 예정이다. 공제회는 컨소시엄 지분의 30%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호주계 투자은행인 맥쿼리에 700억원의 지분 투자를 통해 멀티플렉스 극장 메가박스의 지분 47% 가량을 인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