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삼성에 특허소송 냈다가… 다이슨 "앗 뜨거워라"

승소 가능성 없자 80일만에 꼬리내려


영국의 생활가전 업체 '다이슨'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금지 소송을 전격 중단했다. 이로써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의 자존심을 걸고 불거진 삼성과 다이슨의 특허전쟁은 소송 80일 만에 사실상 삼성전자의 승리로 돌아가게 됐다.

20일 영국 현지 법원에 따르면 다이슨은 삼성전자의 '모션싱크' 청소기를 상대로 제기했던 특허침해금지 소송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신청서를 지난 11일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15일 다이슨의 소송 진행 중지 신청을 최종 승인했다. 다이슨의 소송 진행 중지 신청에 따라 이번 소송은 양사 합의 절차를 거쳐 취하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다이슨은 올 8월 말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청소기 모션싱크가 자사의 실린더 청소기의 바퀴굴림 특허를 침해했다며 영국 법원에 특허침해금지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다이슨은 "삼성의 모션싱크는 치졸한 모조품"이라며 "삼성이 고의적 또는 무모하게 다이슨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삼성전자를 맹비난했다.

특히 다이슨은 10월 한국에서 열린 신제품 발표회를 통해 "다이슨의 기술이라는 자신이 없다면 괜히 쓸데없이 돈과 시간을 낭비하겠냐"며 특허소송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유럽 가전시장에서 모션싱크 등을 앞세운 프리미엄 전략을 본격화하자 다이슨이 소송을 통해 견제에 나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처럼 강경했던 다이슨이 소송을 제기한 지 두 달여 만에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것은 소송을 판결까지 끌고갈 경우 승소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번 소송에 대해 가전업계에서는 다이슨 청소기는 몸체와 먼지통이 분리되는 구조인 반면 삼성 모션싱크는 몸체와 먼지통이 일체로 된 구조다. 애초부터 특허침해 여부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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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소송에서 질 경우 그동안 유럽시장에서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로서 쌓아온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도 다이슨의 소송에 맞서 "모션싱크는 삼성 고유의 연구개발(R&D) 활동에 의한 독자적인 결과물"이라며 지난달 특허 비침해 및 특허무효 주장에 대한 반소를 영국 법원에 제출했다. 삼성전자는 관련 자료를 통해 '다이슨의 소송특허가 이미 다수의 선행기술에 의해 무효'라는 점과 '다이슨과 삼성 제품은 구동방식과 방향전환의 축 등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주장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다이슨의 소송 중지와는 별개로 이번 소송에 따른 브랜드 이미지 추락 등 구체적인 피해 규모를 파악해 필요할 경우 손해배상 등 법적 대응에 나서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경쟁이 아닌 불필요한 소송을 통해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통해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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