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극에 달한 '안보 불감증'

“별일 있겠습니까.” 북한의 핵실험 소식이 전해진 9일, 점심을 먹으러 나온 직장인들로 들어찬 과천 A식당. 테이블마다 북한의 핵실험이 단연 화제로 떠올랐다. 전날 있었던 핌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의 가나전 패배 뒷얘기도 북 핵실험 앞에서는 언급도 되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오가는 얘기에는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위기의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직장인 K씨는 “북한이 원래 저런데 무슨 일이야 있겠느냐”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과거 같으면 편의점과 주유소에 라면과 기름을 사재기하려는 인파들로 붐볐을 법한데도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시민들은 별다른 동요 없이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또 다른 직장인 L씨는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더 좋은 것 아니냐”며 안보우려를 꺼내려는 동료 직장인을 핀잔 주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물론 북한의 위협을 의식해 지나치게 호들갑을 떨거나 과민 반응하는 것도 문제지만 북한의 핵실험이 바로 코앞에서 일어났는데도 너무 무덤덤한 것은 심각한 문제다. 북한 핵실험 사태는 당장 회복기미가 보이지 않는 국내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세계적인 국가신용평가기관들이 한국에 대한 신용등급 하향은 아직 결정하지 않았지만 북한 핵실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언제든지 등급하락은 있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외국의 투자자본은 바로 떠날 것이고 국내 경기는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에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많은 외국 자본들은 중국이나 싱가포르 등 경쟁국으로 눈을 돌릴 것은 자명하다. 이런데도 지나치게 태평한 국민들의 ‘안보불감증’은 극에 달했다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호들갑을 떨자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 북한 핵실험 사태의 심각성은 제대로 알자는 것이다. 현인택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안보 태세를 갖춰야 하는 기본이 흔들리고 있다”며 “북한 핵문제의 위험성을 실제적인 현실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보불감증은 또 다른 국론분열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년 전부터 북한 핵문제를 경고해온 보수단체들은 북핵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안보불감증을 문제삼고 나서면서 또 다른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 오랜 세월, 너무 많은 위기에 노출되다 보니 불감증 내지는 내성 같은 게 생긴 것으로 분석할 수 있지만 안보는 개인뿐 아니라 한 국가의 현실과 미래를 보장하는 중요한 기본요소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긴장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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