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통화선물시장에 눈돌리자

2006년 외환시장에서는 사상 최초로 하루 평균 거래금액이 100억달러를 넘어섰으며 원화 강세로 원ㆍ달러 환율과 원ㆍ엔 환율이 IMF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원화 강세에도 불구하고 국내 수출업체들은 세계에서 11번째로 연간 수출 3,000억달러 돌파라는 신기원을 열었다. 오는 2011년에는 연간 수출 5,000억달러, 국제교역 규모 1조달러를 초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대외교역은 국내경제 활성화에 버팀목이 되고 있다. 국내 외환시장의 분위기는 어떠한가. 최근 경상수지가 균형수준으로 회귀함에 따라 수출에 의한 달러공급 초과현상은 크게 축소됐으나 금융기관의 외화차입 증가로 인한 자본수지 흑자 금액이 크게 늘어 올 10월 말 기준 127조원으로 경상수지 흑자 폭의 약 7.5배를 넘어서고 있다. 이런 외자차입 등으로 인한 달러공급 초과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외국자본 통제정책을 편 태국의 밧화와 유로화를 제외하면 올 들어 8%라는 가장 높은 절상률을 기록한 원화 환율의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교역 금액이 증가하고 환율 하락폭이 확대됨에 따라 환위험 관리에 대한 관심도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외환시장에서는 선물환ㆍ통화옵션 및 금리스와프(IRS) 등 외환파생상품의 거래량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3ㆍ4분기 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선물환 순매도 금액은 13억달러로 같은 기간 무역흑자 규모의 4.7배에 달했으며 누적 선물환 매도금액은 무역흑자 금액의 4.3배인 387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현물환 거래는 전분기 대비 3% 증가에 불과했으나 파생상품 거래는 21%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선물거래소(KRX)에서 거래되는 장내 통화선물도 자산운용사의 헤지 수요 증가 등으로 가파른 신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99년 4월 상장된 미국달러선물은 지난해 처음으로 하루 평균 1만계약(5억달러)을 넘어선 데 이어 2006년에는 하루 평균 1만2,000계약(6억달러) 이상 거래되고 있으며 12월13일 9만6,710계약(48억달러)이 거래돼 사상 최고의 거래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의 교역상대와 자본거래 상대는 다변화되고 있지만 외환시장에서는 지나친 달러화 편중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즉 달러화의 환율 하락과 헤지상품에 대한 관심과 이용도는 높은 편이지만 국내 경제에 상당한 파급효과가 있는 엔화나 유로화 등에 대한 환리스크 관리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특히 엔환율 하락은 대일 무역수지 및 여행수지 적자, 한국 제품의 가격경쟁력 약화, 일본 제품의 국내시장 잠식 등의 영향뿐만 아니라 단기 엔화 차입 확대로 인한 금융기관의 건전성 약화, 부동산시장의 불안정성 증대 등으로 달러환율 하락보다 국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효과가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ㆍ엔 환율은 아직까지도 시장환율이 아닌 원ㆍ달러와 엔ㆍ달러의 재정환율로 결정되기 때문에 원ㆍ엔 환율이 적정수준에서 결정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원ㆍ엔 직거래시장의 활성화를 통해 원ㆍ엔 환율의 유연성을 증대시키는 한편 국내 금융기관도 원ㆍ엔 환율 결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원ㆍ엔 시장이 활성화되면 기업체들도 적절한 시장환율로 엔화를 거래할 수 있고 이에 대한 파생상품 거래도 활성화될 수 있기 때문에 수출입 업체들은 외환결제를 미국달러화 일변도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될 것이다. 국내 외환시장 여건상 즉각적인 원ㆍ엔, 원ㆍ유로의 직거래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파생상품은 이미 거래되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는 5월 말 원화표시 직거래상품으로 엔선물과 유로선물을 상장해 금융기관이나 기업체들에 엔화ㆍ유로화의 환리스크 관리에 새로운 수단을 제공하고 있다. 편리성이나 효율성이 돋보이는 직거래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이용자의 다양성이나 유동성 측면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상장 초년도임을 감안하면 엔선물은 하루 평균 70억원, 유로선물은 125억원이 거래될 정도로 점차 고유의 시장기능이 정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부당국이나 외국환은행은 증권선물거래소에 개설된 엔선물시장과 유로선물시장을 활성화해 현물환 직거래를 촉발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 원ㆍ엔, 원ㆍ유로 현ㆍ선물시장의 동반 활성화를 꾀하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세계 10위권의 교역대국에 걸맞은 환율관리 시스템의 가동과 환율관리의 다변화가 요구된다. 기왕에 개설돼 있는 국내 통화선물시장에 대한 관심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까닭이다. 환율관리의 다변화와 직거래시장의 활성화를 통해 외환시장의 선진화와 국제 경쟁력 강화의 기틀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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