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시멘트 업계 1·2위인 스위스 홀심과 프랑스 라파즈 간 400억달러(약 42조1,900억원) 규모에 달하는 합병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 두 회사가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 진출해 있는 만큼 독점에 따른 폐해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홀심과 라파즈는 4일(현지시간) 각각 성명을 내 "동등한 조건으로 회사를 합병한다는 원칙하에 논의에 진전이 있었다"며 "(합병이) 회사에 힘과 정체성을 불어넣어줄 것"이라고 밝혔다. 양사는 다음날 각각 이사회를 열어 합병안을 승인했다고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가 6일 보도했다. 브루노 라퐁 라파즈 최고경영자(CEO)가 합병 후 출범할 법인의 CEO가 되기로 했으며 회장은 홀심 측에서 맡기로 했다. 두 회사의 합병 이후 기업규모는 4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시멘트 업계 선두주자들이 이처럼 거대한 합병에 이르게 된 배경으로는 우선 비용절감이 꼽힌다. 양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건설경기 불황에 따른 공급과잉을 떠안으면서 수익성 악화에 시달려왔다. 홀심은 지난해 197억스위스프랑의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는 순익 15억스위스프랑을 목표로 하고 있다. 라파즈는 지난해 152억유로의 매출을 올렸다. 블룸버그통신은 "양사의 합병으로 생산시설을 공유하게 되면서 중복된 시설투자를 줄여 상당한 비용절감이 기대되며 시장 지배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연간 매출규모를 합치면 400억달러에 이르는 거대기업의 출현으로 독점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만약 합병이 제한사항 없이 승인된다면 이는 가히 정부가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수준"이라며 "총순익 410억달러에 이르는 전세계 시멘트 산업의 '거대한 괴물'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합병법인의 규모를 감안하면 반독점 이슈가 합병과정에서 중요한 장애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합병 때 미국·유럽연합(EU)·러시아·중국 등지에서 경쟁당국의 승인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승인과정에서 덩치를 줄이기 위해 유럽 전지역에 산재한 자산의 일부 매각도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편 전세계 시멘트 산업은 홀심과 라파즈를 비롯해 독일의 하이델베르크시멘트, 멕시코의 세멕스, 이탈리아의 이탈체멘티와 부치 등 5~6개사가 장악하고 있다. EU집행위원회는 두 회사 등 시멘트 업체들을 대상으로 지난 2008년부터 가격담합 여부 등에 대한 조사를 벌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