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盧대통령의 새 출발 각오

노무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기각으로 직무에 복귀한 뒤 첫 공식행사로 지난 15일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담화를 발표했다. 이 담화에서 노 대통령은 탄핵사태가 자신의 부족함으로 인해 비롯된 것이고 탄핵에 이르는 사유는 아니었다 하더라도 정치적ㆍ도의적 책임까지 벗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면서 자신의 책임을 인정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대선자금과 관련해 “제 주변 사람들이 저지른 과오는 분명 저의 허물이며 국민에게 심심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보다 분명한 어조로 사죄의 뜻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이 허물을 결코 잊지 않고 자신을 경계하는 회초리로 삼겠다면서 항상 긴장된 자세로 더 열심히 노력해 국민 여러분에게 진 빚을 갚아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신발끈을 동여매고 뛰겠다면서 자신에게 다소 모자람이 있더라도 국민이 함께해주면 국가적 어려움들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 같은 솔직함과 사죄하는 마음을 탄핵 전에 보여줬더라면 탄핵사태도 없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없지 않다. 또 탄핵이라는 헌정사 초유의 사태와 관련된 담화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반성의 의지는 명확하고 솔직했으며 호소력이 담겨 있다고 평가된다. 노 대통령은 이 담화에서 국정운영과 관련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정치문제는 국회에 맡기고 자신은 안정적 국정운영으로 정치개혁을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지나친 정치몰두가 정치발전을 가로막는 원인이 돼왔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자세다. 또 야당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대화와 타협, 당당한 대결과 결과에 대한 승복을 강조했다. 과거 정치에서도 다수당은 여야를 막론하고 똑같은 논리를 내세웠지만 실제는 수(數)의 정치를 벗지 못했다. 정치에 질적인 변화가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대결과 승복보다는 대화와 타협에 훨씬 큰 성심이 있어야 한다. 현실정치에 대해 일정한 거리를 두게 됨으로써 얻어지는 시간과 정력을 민생과 경제안정에 쏟아 붓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도 기대되는 자세다.책임질 수 없고 실현할 수 없는 정책들이 쏟아져 나와서는 안된다거나 너무 조급해서도 안된다고 한 대통령의 인식은 올바른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노 대통령이 경제를 우려하는 목소리의 순수성에 대해 의심을 갖고 있지 않냐는 점이다. 경제불안 원인의 대부분은 노 대통령이 지적했듯이 정부 스스로에 있다.노 대통령은 국민들이 대통령을 도울 준비가 돼 있음을 추호도 의심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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