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개천서 용이 못 나오는 시대


며칠 전 북한이 제52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한국을 제쳤다는 자극적인 기사가 나오자 우리 아이들이 수학만큼은 잘 하는 줄 알던 많은 분들이 이게 웬일이냐고 물어 난감해졌다. 최근 5년간 종합 3~4위를 유지하던 한국은 이번 올림피아드에서 13위로 밀려났지만 5~8위를 달리던 북한은 7위로 평년작을 거뒀다. 아이들 일이고 국가의 과학 역량과는 관계없어 보이지만 지난 2010년 교토상을 수상한 저명한 수학자 로바즈는 고등학교 시절 국제수학올림피아드를 통해 본인의 수학적 재능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수학 분야의 최고 상인 필즈상 수상자 52명 중 11명이 국제수학올림피아드 수상자였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이런 문제 풀이 경험이 심오한 수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재능 있는 아이 발굴 어려워져 우리나라는 국제수학올림피아드 메달 수상자가 기초과학을 전공하는 비율이 세계 최고로 높다. 서울대ㆍMIT 등의 수학 교수를 배출했고 이들이 한국의 수학, 더 나가 기초과학의 미래가 됐다. 의대나 법대에 가지 않고 기초과학에 인생을 거는 것이다. 그래서 수학영재를 발굴해 잘 키우는 일은 올림피아드 순위보다도 국가적으로 중요한 일이라는 시각으로 봐야 한다. 그러니 3~4위를 유지하던 한국이 13위로 추락한 원인을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정부는 사교육대책의 일환으로 2년 전부터 올림피아드 대표 선발시험을 치르지 못하게 하고 올림피아드 성적을 학교 기록이나 입시에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또 1차 시험 없이 교사추천서와 본인소개서를 활용해 영재를 발굴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재능 있는 아이들을 발굴하 기어려워졌고 급기야 국제수학올림피아 드 종합성적이 13위로 추락했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반복훈련을 통해 문제풀이 기계를 만들면 안 되지만 수학적 재능을 가진 아이들을 발굴해 자신감을 주는 기 회로 국제수학올림피아드를 활용할 필요 는 있는데 이 시스템이 무너졌다는 것이 다. 수학의 김연아, 어린 모차르트를 찾 아낼 방법이 원천 봉쇄된 셈이다. 개천에 서용이 나려면 개천으로 용을 찾으러가 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이번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의 한국의 저조한 성적은 이러한 시스템의 변화가 가져온, 어쩌면 예견된 추락일 것이다. 교육당국이 말하는 사정관제도는 다양한 경험을 가진 인재를 발굴할 수는 있어도 숨은 수학영재를 찾아내는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다. 학교에서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해도 기회가 주어지면 폭발적인 재능을 나타낼 인재를 찾을 수 있어야 국가경쟁력 확보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올림피아드가 여러 분야에 많이 있는데 우수한 인재를 발굴해서 집중적인 학습 기회를 줘 훈련하는 방식은 공통적이다. 하지만 학습과 훈련이 더 중요한 분야도 있고 영재성 발굴이 더 중요한 분야도 있다. 영재성 발굴이 사활적으로 중요한 분야로 흔히 음악과 수학을 꼽는다. 훈련만으로 살리에르는 될 수 있어도 모차르트가 될 수는 없다 하지 않는가. 사정관제도 정책 변화 필요 '10월의 하늘'이라는 영화가 있다. 1957년 10월 옛 소련의 스푸트닉 인공위성 발사를 보고 영혼이 흔들리는 감동을 받은 아이들의 얘기다. 당시 미국 국민은 슈퍼파워 국가라는 자존심이 흔들리며 깊은 충격을 받았고 이는 수학ㆍ과학 교육과정의 대대적 강화와 연구비 증액 등의 정책 변화로 이어졌다. 필자도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북한에 밀린 한국'이라는 기사를 보면서 스푸트닉을 떠올렸다. 미국은 곧바로 소련을 따라잡아 바로 다음해에 익스플로러 인공위성을 발사했고 여세를 몰아 달에 유인우주선을 착륙시켰다. 소 잃는 일은 비일비재하지만 외양간 고치는 일로 이어져야 얻는 게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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