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휴대폰 업계의 양 축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물량확대’와 ‘수익성 유지’라는 상반된 전략을 펼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행보는 앞선 경쟁사들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은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9일 관련업계와 증권사리포트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 3ㆍ4분기에 각각 5,000만~5,300만대, 2,300만~2,400만대의 판매량과 9~10%, 10~11%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휴대폰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가운데 전통적인 비수기인 3분기에 삼성전자는 양적인 성장을, LG전자는 수익성 지키기를 추구한 것이다. 3분기 글로벌 휴대폰 시장 규모는 2분기(3억300만대)와 비슷한 3억900만대로 사실상 정체 상태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3분기에 전방위적인 가격인하 등을 앞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 삼성전자는 사상 처음으로 분기 5,000만대 판매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판매채널과 공급망(SCM)관리를 바탕으로 선진시장인 유럽은 물론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도 물량이 크게 늘어났다. 삼성전자의 한 고위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중ㆍ고가 제품 중심의 프리미엄 전략에서 탈피해 다양한 라인업으로 모든 카테고리를 공략하는 전략으로 방향을 수정한 것이 자리를 잡아 가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3~5위 업체들과 격차를 벌려 2위 자리를 견고히 함과 동시에 노키아를 추격하기 위해서는 물량을 확대로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연 4억대 이상의 휴대폰을 팔아 치우는 노키아의 생산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한 모델에 의존하다 2억대 문턱에서 고꾸라진 모토로라를 교훈 삼아 선진시장과 신흥시장 모두 보급형 제품과 프리미엄 모델을 함께 내놓고 전방위적인 공세를 취하고 있다. 반면 LG전자는 판매량은 다소 줄어 소니에릭슨에 밀려 5위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속에서도 영업이익률은 두자리 수로 지키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LG전자는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기대에 못 미친 실적으로 인해 판매량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경쟁사들의 가격 인하 공세에 동참하지 않고 최소 방어선을 유지함에 따라 수익성 지키기는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전자는 앞서 1억대 문턱에서 주춤했던 삼성전자의 사례가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특히 선진 시장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전략을 추구하다 신흥시장 공략에 실패한 소니에릭슨의 모습은 좋은 본보기다. 자칫 무리하게 물량을 늘리는 전략을 취하다 오히려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LG전자의 한 고위관계자는 “순위에 연연하지 않고 꾸준히 페이스대로 진행해 나갈 것”이라며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주면서 수익성을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승혁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 2억대, LG전자 1억대 등 올해 목표는 양 사 모두 달성 가능한 수준”이라며 “분기 실적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