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반인들 사이에 ‘론스타’와 일명 ‘장하성 펀드’에 관한 이야기가 한창이다. 론스타와 장하성 펀드가 연일 신문과 방송을 장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 조지 소로스의 퀀텀펀드도 심심찮게 오르내린다. 그런데 증권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야 펀드의 개념쯤은 알고 있겠지만, 일반인들은 무슨 기업을 잡아먹는 괴물쯤으로 알고 있거나 펀드의 권력이 대단한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이미 펀드자본주의 시대가 도래했다. 펀드자본주의란 펀드가 기업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새로운 권력기구로 등장한 20세기 후반의 자본주의를 말한다. 현재 자산운용협회에 등록된 펀드 숫자만도 8,000여개에 달하고, 총운용자금은 220조원이 넘는다. 또 최근 펀드들의 기업 공략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고, 자산운용사들이 10% 이상 지분을 확보한 기업도 상당히 많다.
지난 2005년 말 현재 국내 상장주식에 대한 외국인 투자 비율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약 40%에 이른다. 이들 외국인 지분의 대부분은 공모펀드인 뮤추얼펀드가 보유한 반면, 국내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한 외국계 투자는 전부 사모펀드에 의한 투자라고 할 수 있다.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나 SK의 경영권 인수를 시도했던 소버린이 대표적인 예다.
펀드는 선진국 금융시장과 기업 경영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외형이 빠른 속도로 커지면서 영향력 또한 세지고 있다. 헤지펀드 규모는 지난해 1조달러를 넘었고, 미국에 있는 연기금의 운용자산 규모만도 23조달러에 이른다. 펀드가 커지면서 영국ㆍ미국ㆍ프랑스 등 선진국 주식시장에서 기관투자가가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졌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말 기관투자가의 비중이 약 55%에 달해 국내외 펀드의 영향력이 본격화했다고 얘기할 수 있다.
헤지펀드나 기업인수사모펀드, 벤처캐피털펀드 및 이들에 투자하는 펀드오브펀드(fund of funds) 등은 사모펀드(PEF)라는 개념 아래 놓여지는 대표적 유형들이다. 헤지펀드는 주식 및 채권, 이와 관련된 파생상품 등의 다양한 상품에 투자하는 펀드다. 따라서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원유 등 상품시장으로 진출해 상품 가격의 급등락을 초래한 전력도 있다. 그 유명한 조지 소로스의 퀀텀펀드가 이에 해당한다. 기업 인수 사모펀드는 투자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한 후 기업 가치를 높여 되파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펀드로 론스타가 그중 하나다.
현재 우리나라는 가칭 ‘자본시장통합법’의 제정과 시행이 예정돼 있다. 이를 통해 대형 증권사를 ‘투자은행’으로 육성하고, 중소형 증권사는 전문증권사로 키우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문제는 통합법 시행 후 등장하게 될 금융투자회사들이 개척해야 하는 새로운 업무 영역이다. 이를 위해서 헤지펀드를 비롯한 사모펀드들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헤지펀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서 헤지펀드의 활성화와 필요성을 언급하는 것이 시기상조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서도 헤지펀드를 모델로 해 투자자금을 운용하는 사모펀드가 적지 않다. 포트폴리오 분산 차원에서 헤지펀드에 투자하겠다는 기관투자가들의 잠재적 투자 수요를 부정하기도 어렵다.
최근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거나 판매자유화정책을 취하는 나라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독일ㆍ싱가포르ㆍ홍콩 등은 사모 형태의 헤지펀드만을 허용하던 기존의 입장을 바꿔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공개모집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 중이다.
가칭 ‘자본시장통합법’의 제정과 시행이 예정돼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동북아 금융 허브로서 부상하기 위해서는 투자 대상의 다양화와 함께 투자기법의 다양화ㆍ전문화를 위한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오늘날과 같은 간접투자의 시대에 펀드산업의 활성화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헤지펀드의 양성화나 활성화 또한 전체 펀드산업은 물론이고 금융산업 전반에 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다만 헤지펀드가 시장의 효율성과 유동성 증대, 금융 위험의 재분배 및 위험 관리 기능이라는 긍정적인 기능 이외에 금융시장과 투자자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요소도 존재한다. 이 때문에 시장과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효과적인 법적 규제책을 강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결국 우리나라가 펀드자본주의를 꽃피우면서 펀드 권력의 남용을 막는 길은 헤지펀드 등 펀드에 대한 활성화정책을 폄과 동시에 펀드의 투명성 확보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