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럽증권시장감독기구(ESMA)는 지난달 적격 CCP 인증을 신청한 주요국들을 심사한 결과 일본·호주·싱가포르·홍콩 등 4개국을 통과시켰다. 신청한 아시아국가 중에서 한국·두바이·인도 등 3개국은 제외했다.
CCP는 파생상품 거래에서 결제이행을 보증하는 청산기관으로 국내에서는 한국거래소가 장외파생거래 청산 업무를 맡고 있다. 유럽위원회(EC)가 유럽계 금융기관에 청산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CCP에 등록 의무를 부과하자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말 유럽당국에 적격 CCP를 신청했으며 올해 말 정도면 승인이 무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제는 한국거래소가 예상과 달리 ESMA의 1차 심사에서 떨어졌다는 점이다. 유럽 현지 언론에 따르면 유럽 당국은 지난해 한맥투자증권이 옵션 주문 실수로 대규모 손실을 봤을 때 거래소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점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당국은 다음달 15일에서 내년 6월로 최종 승인 기간을 연장했지만 한국거래소가 최종 승인을 받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는 거래소가 유럽 당국으로부터 적격 CCP 자격을 얻지 못하면 명성이나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국내 은행 및 증권사들은 의무적으로 한국거래소 CCP를 통해 원화 이자율 스와프(IRS)청산을 하고 있다"며 "사실상 한국거래소가 국내에서 독점적으로 CCP사업을 진행하는데 유럽으로부터 적격 CCP 자격을 획득하지 못하면 국내 지점을 둔 외국계 금융기관으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소 실적에도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한국거래소가 유럽 CCP에 등록되지 않으면 국내 유럽계 은행 등은 한국 내 IRS 청산이 불가능해진다. 크레디트스위스나 바클레이스 등 유럽계 은행 국내지점이 거래소 CCP 시장에 참여하지 않으면 수수료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적격 CCP 자격을 획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최근 적격 CCP 획득의 걸림돌이 됐던 한맥투자증권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알고리즘 거래 위험관리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기도 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최종 승인 날짜가 당초 다음달 15일에서 6개월 연장된 것으로 안다"며 "금융위원회와 거래소가 현지 접촉을 강화해 적격 CCP 자격을 획득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