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마냥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여권은 야당의 주장 가운데 합리적인 부분을 반영해 당초 안을 수정하는 포용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게 민주주의고 국회를 존중하는 국정을 펼치겠다는 박 당선인의 약속을 실천하는 길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때도 여야가 협상을 통해 통일부ㆍ여성부를 존치하기로 하는 등 인수위안을 수정했다.
박 당선인은 지난 15일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정부조직 개편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문 위원장이 협상팀에 재량권을 달라고 요청하자 "(협상팀에) 전화를 걸겠다"고 말해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박 당선인이 여야 합의 전에 미래창조과학부 등 쟁점 부처 장관 내정자까지 일괄 발표함으로써 협조 요청은 사실상 최후통첩이었다는 오해를 사게 됐다.
'대선 공약 수정 불가'를 강조해온 박 당선인은 인수위의 정부조직개편안도 원안대로 통과시켜달라고 거듭 촉구, 여야 협상팀의 입지를 좁혀놓았다. 오죽하면 민주당 원내대표가 "브레이크와 가이드라인을 풀어 협상권한을 협상팀에 위임해달라"고 요청했을까. 여야 합의가 안 된 상태에서 11개 부처 장관 내정자 일괄 발표는 야당에 대한 백기투항 요구로 해석될 수 있다.
야당은 국민의 선택을 받은 당선인이 국정을 이끌어갈 구상을 담은 정부조직개편안을 가급적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박 당선인도 협상 상대를 배려하는 대화와 소통의 정치에 나서야 한다. 정치권은 새 정부 초기 여야의 협력이 5년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명심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