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 있는 한 희망이 있습니다. 질병이 있는 한 치유방법도 반드시 있게 마련입니다.” ‘루게릭병’으로 전신이 마비된 40대 고교 교사가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해 화제다. 성균관대는 25일 학위수여식에서 루게릭병 환자인 이원규(43ㆍ사진)씨가 ‘한국 시(詩)의 고향의식 연구’로 이 대학 대학원 국문학과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씨에게 처음 루게릭병 증세가 나타난 것은 지난 99년 1월. 서울 동성고 영어교사인 이씨는 그 해 봄부터 이상하게 발음이 제대로 되지 않아 집 근처 이비인후과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씨는 그러나 차도가 없어 그 해 8월 서울대병원으로 옮겼고 4개월 뒤 루게릭병 진단을 받았다. 온 몸이 서서히 마비돼 결국 죽음에 이를 수도 있는 끔찍한 병에 걸렸다는 절망감과 그래도 희망을 잃어서는 안되고 포기해서는 더욱 안된다는 가장으로서의 의무감이 이씨의 머릿속에 교차했다. 이씨는 루게릭병 진단을 받은 것에 아랑곳없이 학업을 이어갔다. 2000년 8월 성균관대 국문과 석사과정을 졸업한 데 이어 박사과정에도 도전했다. 진단을 받은 지 약 3년이 지난 2003년 초부터 병세가 급속히 악화됐다. 결국 학교에 휴직계를 제출하고 논문에만 매달리기로 했다. 지난해 말부터는 참고서적 등 자료를 바닥에 펼쳐놓고 두 발로 책장을 넘기며 허리를 바싹 구부리고 고개를 땅으로 향한 채 논문준비를 했다.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고 오른손 검지와 중지만으로 논문을 작성해야 했다. 올 2월부터는 검지도 쓸 수 없게 돼 중지만으로 마우스를 움직여 논문을 써내려갔다. 비장애인이 10분이면 쓸 수 있는 분량을 작성하는 데 2~3시간이 걸렸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굴뚝 같았지만 결국 논문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완성했다. 남편이 힘겹게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를 되받아 ‘통역’을 하는 부인 이희엽(41)씨는 “줄기세포 등 의학계 연구가 나날이 발전하는 만큼 머지않아 치료할 수 있다고 본다”며 남편을 바라보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