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1월 13일] 작은 소외에 대한 배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속상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지만 가장 속상할 때는 우리 아이가 밖에서 마음의 상처를 입고 들어왔을 때가 아닌가 싶다. 미국 연수 시절 큰아이를 집 근처 공립 초등학교에 보냈다. 1학년이니 읽고 쓰기부터 배우는 것은 우리 딸이나 미국 아이들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영어는 많이 서툴러 한동안 고생했다. 친구들과 잘 사귀지 못하면 어쩌나 늘 걱정이었다. 나도 학부형들이 모이는 기회가 있으면 빠지지 않으려고 기를 썼다. 모여 앉아 소위 '아줌마 수다'를 영어로 떨고 있으니 무슨 말을 하는지 감을 잡지 못하는 때도 많았지만 '소외'되지 않기 위해 귀를 쫑긋거렸다. 하루는 저녁을 먹는데 딸아이가 말을 꺼냈다. "엄마, 오늘 학교에서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나를 따돌리는 애가 있었는데…."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얘기를 듣기 전에 눈물부터 나려고 했다. 자초지종은 이랬다. 그 친구가 장난감을 하나 가지고 와서 친구들에게 한번씩 해보게 했다. 딸 아이도 다른 아이들과 함께 차례를 기다렸는데 그 친구가 갑자기 우리 아이에게 "너는 안돼"라고 하더라는 것이었다. 평소에도 몇 번 그 친구가 그런 적이 있던 차에 그날은 쌓인 서러움이 폭발해 펑펑 울고 있었더니 보조선생님이 이유를 물었다. 얘기를 듣고 난 선생님은 반 아이들에게 모두 둘러앉으라고 한 후 그 친구에게 비슷한 일을 당해본 사람은 손을 들라고 했다. 상당수의 아이들이 손을 들었고 각자 어떤 일이었는지 설명했다. 이야기를 다 들은 선생님은 친구를 소외시키는 것이 얼마나 나쁜 일인지를 설명하고 앞으로 일주일 동안 그 친구는 쉬는 시간에 다른 친구들과 놀 수 없는 벌을 내렸다. 소외 당하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 일인지를 알게 하는 벌이었다. 그 과정을 통해 그 친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줬는지 깨닫게 됐다. 딸아이를 비롯해 그 친구에게 비슷한 일을 당했던 아이들은 상처 받은 것이 자기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소외를 시킨 사람이나 소외를 당했던 사람 모두를 한번에 치유하는 이 현명하고 조용한 방법, 나는 이제 막 대학을 나온 경험도 짧은 젊은 보조선생님이 어떻게 그렇게 성숙할 수 있었는지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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