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척박한 깡촌, 사람이 몰려드는 까닭은…

전남 함평 나비축제 '나비효과'… 황금박쥐·5일장·한옥마을 등 볼거리 먹을거리 많아

봄을 맞은 모평마을의 고즈넉한 한옥 풍경

붉은박쥐(황금박쥐)


함평(咸平)이라는 이름은 조선시대 태종 9년(1409)에 함풍현과 모평현을 통합하면서 함풍에서 '함(咸)' 자를, 모평에서 '평(平)' 자를 따서 지었다. 마을 이름은 '모두 평탄하다'는 뜻을 담았지만 사방이 산에 둘러싸인 데다 땅까지 척박한 마을 주민들은 고구마로 연명해야 했고 깡촌의 가난은 대를 이어 후손들에까지 계속됐다. 그러나 12년 전 시작된 나비의 날갯짓에 힘입어 함평은 숨겨진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많은 특별한 고장으로 탈바꿈했다. 말 그대로 '나비 효과'를 일으킨 것이다. 아름다움과 자유의 상징인 나비를 축제로 승화시켜 아름답고 자유로운 고장으로 거듭난 전남 함평으로 봄 여행을 떠나볼까. ◇ 특별한 봄 여행, 함평에서의 하루 함평의 특별한 볼거리 중 하나는 대동면에 위치한 고산동 마을이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동물 제1호인 붉은박쥐(황금박쥐)의 생태계보전 지역인 이 마을은 6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유서 깊은 곳이다. 고산동 마을을 지나 뒷산으로 오르면 다섯 개의 동굴이 나타나는데 이 곳에 황금박쥐가 살고 있다고 한다. 뒷산 박쥐 동굴에 이르는 길은 꽤 험준하다. 마을에서 동굴 사이에 이어진 밧줄을 잡고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설사 동굴 앞에 오른다 해도 일반인이 황금박쥐를 만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서식지 보호 차원에서 동굴이 일반인에 개방되지 않은데다 마을 사람조차 운이 좋아야 볼 수 있다. 함평의 특별한 볼거리를 또 하나 꼽는다면 5일장을 들 수 있다. 끝자리 2일과 7일에 열리는 5일장엔 남도 특산물이 다 모인다. 각종 나물과 굴비, 삭힌 홍어 등 없는 것이 없다. 영광~나주간 국도와 나주~지도간 국도의 교차 지점에 위치해 있고 인근 면들과는 지방도로 이어져 교통이 편리한 덕택이다. 장이 열리면 함평은 물론 인근 광주ㆍ나주ㆍ무안ㆍ목포ㆍ해남 등지의 상인들로 북적거린다고 한다. 특히 '큰 소장'이라는 별칭이 붙은 함평 우시장은 전남 지역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소의 거래량이 많다. 그래서인지 함평에선 선도 좋은 쇠고기로 만든 육회가 유달리 발달했다. 비빔밥도 육회비빔밥이다. 육즙을 머금은 육회에 잘게 자른 김과 나물을 얹어 나온다. 함께 나오는 맑은 선짓국도 일품이다. 식당마다 다르지만 돼지 비계를 삶아 채 친 것을 함께 내오기도 한다. 삶으면서 불필요한 기름은 모두 제거돼 부드럽게 씹히는 식감과 고소한 맛을 더해준다. 손불면 궁산리 해수찜 마을에서 뜨겁게 달궈진 유황 돌이 덥혀놓은 바닷물로 해수찜을 하는 것도 빠뜨릴수 없는 함평의 관광코스다. 유황이 많이 함유된 돌을 가마에서 달궈 호스로 퍼 올린 바닷물에 넣으면 탕 속 온도가 순식간에 섭씨 80도까지 올라가고 그 물을 바가지에 담아 수건을 적신 후 온 몸에 찜질한다. 20~30분 정도 수건 찜질을 즐기다 물 속으로 들어가면 그때부터 온탕에서 신선 놀음이 시작된다. 해수찜이 유명세를 타자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4인탕, 여럿이 즐길 수 있는 단체탕 등으로 나눠 해수탕을 만들어 놓았다. 해수찜을 즐기고 난 후 돌머리 해변까지 이어지는 바닷가 드라이브도 즐겨볼 만 하다. 함평에는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한옥 마을도 눈 여겨 볼 만하다. 조선 세조 때 윤길이 터를 잡고 촌락을 조성한 모평마을은 파평 윤씨 집성촌이다. 해보천이 흐르고 임천산이 감싸안는 아늑한 마을로 야생 차밭과 왕대밭 사이를 훑고 지나는 바람소리가 청초하다. 흙돌담을 따라가면 100년 전 이야기를 들려주는 모평헌과 아직도 송진이 배어나는 130년 전통의 오윤열 가옥, 귀령재(歸潁齋) 현판이 멋들어진 파평 윤씨 종가 등 한옥들이 나온다. 모평마을에서 요즘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한옥체험도 가능하다. ◇ 나비를 찾아 떠나는 함평 여행 국내 최대 나비학습의 장이자 곤충생태체험장인 '2010 함평나비대축제'가 오는 23일부터 5월 9일까지 함평나비곤충엑스포공원에서 대단원의 막을 올린다. 알찬 프로그램과 체계적인 운영으로 지역 축제의 성공 모델로 자리 잡은 함평나비대축제는 올해로 12회째를 맞으며 더욱 유익한 체험과 볼거리를 마련해 상춘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함평나비곤충엑스포공원에는 ▦나비ㆍ곤충생태관 ▦나비ㆍ곤충표본전시관 ▦나비동산 등 학습시설과 ▦생태학습장 ▦다육식물관 ▦양서ㆍ파충류홍보관 ▦한국토종민물고기전시관 ▦황금박쥐생태전시관 등 생태학습시설이 있다. 특히 생태학습장에서는 토끼와 멧돼지를 풀어놓고 실컷 달려보는 전통 가축몰이 체험을 비롯해 흙탕물이 튀어도 신나기만 하는 미꾸라지 잡기 체험, 전통혼례와 천연염색체험 등이 다채롭게 준비돼 있다. ◇ 함평의 먹거리 함평 맛집들은 함평천지 한우와 서해 세발낙지 등의 메뉴를 내걸고 있다. 대흥식당(061-322-3953)은 육회비빔밥으로 유명하고 함평 우시장 사람들이 즐겨 찾는 화랑식당(061-523-6677)은 선짓국이 일품이다. 분위기도 깔끔하고 종업원들도 친절한 식당으로는 아구탕과 생고기까지 다양하게 요리하는 모란정(061-324-5551), 주포항에서 2대째 운영되는 세발낙지 오도리와 생선회 식당 주포횟집(061-322-9331)이 있다. 한옥정(061-323-7716)은 직접 양식한 장어구이가 대표메뉴이고 천지회관(061-324-1009)의 한우는 입에서 살살 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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