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극동건설·웅진홀딩스 전격 법정관리에 채권단 패닉

■ 웅진그룹 운명은<br>극동건설 150억 어음 해결해도 PF·B2B 등 갚아야할 빚 줄줄이<br>태광양·교육중심 사업 재편 불가피… 고강도 자구노력 없인 안정 힘들듯

극동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27일 서울 충무로 웅진빌딩에서 극동건설 직원들이 착잡한 표정으로 로비를 빠져나가고 있다. 김동호기자


극동건설이 법정관리 신청에 들어가면서 매출액 6조원대로 재계 순위 32위(지난해 기준)였던 웅진그룹이 중견기업군으로 전락하게 됐다. '승자의 저주'를 불러왔던 극동건설은 결국 부도에 직면해 경영권을 포기하게 된데다 주력 계열사인 웅진코웨이는 28일 MBK파트너스로 팔려갈 운명이기 때문이다.

특히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 매각대금 1조600억원이 들어오더라도 기존 웅진홀딩스의 단기 차입금을 갚고 나면 최대 2,000억원가량만 남게 되는 매우 취약한 유동성 위기에 빠져 있는 상태다. 극동건설을 포기한다고 해도 적자에 허덕이는 웅진씽크빅 등 나머지 계열사들이 심화하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헤쳐나갈지 우려의 시선이 계속되고 있다.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우려던 웅진폴리실리콘은 매각이 추진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향후 웅진그룹은 웅진씽크빅ㆍ웅진케미칼ㆍ웅진에너지ㆍ웅진식품 등 태양광과 교육 중심으로 사업구조가 재편되겠지만 강도 높은 자구노력과 새로운 밑그림을 그리지 않는다면 안정국면에 쉽게 들어서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구조적 위기 속에서 웅진그룹은 살기 위해 극동건설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 분석이다.

◇극동건설 포기 수순으로=26일 웅진그룹에 따르면 자금사정은 웅진코웨이를 매각했음에도 산 넘어 산이다. 극동건설은 당장 이날 결제하지 못한 150억원을 해결하더라도 28일에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B2B) 등 1,000억원에 달하는 채무를 일시에 갚아야 한다.

이날 만기되는 PF는 강원도 홍천 소재 골프장 개발사업을 위해 조달한 자금으로 총 350억원 규모다. 여기에 하청업체가 극동건설의 외상매출채권을 담보로 대출 받은 B2B도 이날 600억~700억원가량 만기를 맞는다.


코웨이 매각대금 중 일부를 극동건설에 지원하더라도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얘기다. 28일 MBK파트너스로부터 코웨이 매각대금 1조원가량이 납입 완료될 예정이지만 웅진그룹은 웅진홀딩스와 자회사에서 웅진코웨이의 지분을 담보로 차입한 금액 3,000억원을 바로 상환해야 한다. 이를 포함한 단기차입금은 4,000억원 규모다. 또 극동건설 PF와 관련해 연말까지 1,700억원 상당의 차입금을 해소해야 한다.

관련기사



여기에 웅진홀딩스의 1년 내 도래 차입금은 4,800억원. 만기연장이 없다면 알짜 자회사였던 코웨이 매각자금이 사실상 빚을 갚는 데 모두 쓰일 수밖에 없다.

극동건설을 살리기 위해서는 적어도 3,000억~4,000억원 이상을 지원해야 하는데 그룹 사정을 감안하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건설경기가 언제 회복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자금을 계속 쏟아부을 수 없기 때문에 극동건설을 포기하는 수순으로 밟게 된 것이다. 극동건설의 위기가 웅진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꼬리 자르기'인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결국 극동건설 인수라는 무리한 승부수가 승자의 저주로 돌아와 그룹 전체를 흔들리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기존 교육ㆍ출판 중심으로 사업구조 회귀할 듯=웅진그룹은 윤석금 회장이 브리태니커백과사전 신화를 이룬 웅진씽크빅이 모태다. 코웨이 매각과 함께 극동건설을 살릴 묘안이 나오지 않으면서 웅진그룹은 웅진씽크빅ㆍ웅진케미칼ㆍ웅진식품ㆍ웅진에너지 등 교육과 화학ㆍ출판 중심으로 사업구조가 과거로 회귀할 것으로 전망된다. 모태가 됐던 출판과 식품사업을 중심으로 재기를 모색하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이 역시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탄탄하던 웅진씽크빅은 지난해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으며 지난 2ㆍ4분기 3,649억원의 매출에 82억원의 영업손실을 보였다. 당기순손실 규모도 110억원에 이른다.

웅진케미칼은 2ㆍ4분기 말 현재 5,152억원의 매출에 18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웅진케미칼은 텍스타일사업부를 '웅진텍스타일'로 분사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섬유ㆍ필터ㆍ소재사업부만 남게 된다.

내부적으로도 코웨이 매각 등 그동안 중책을 맡아온 웅진홀딩스 주요 간부와 홍보담당 임원이 최근 사퇴하는 등 사정이 좋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웨이를 매각한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봤을 때 태양광과 교육 등을 중심으로 간다면 건설은 꼭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외부적인 관점에서 웅진그룹의 현 상황은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웅진그룹은 1980년 7명의 직원과 자본금 7,000만원으로 시작해 현재 교육출판ㆍ환경생활ㆍ태양광에너지ㆍ소재ㆍ건설레저ㆍ식품ㆍ서비스금융ㆍ지주회사의 8개 사업군과 15개 계열사, 매출 6조원대의 30대 그룹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액 6조1,000억원, 영업이익 4,300억원을 달성했다.

황정원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