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부활' 천재 디자이너 손에서 시작<br>새로운 감각·시대 요구 반영 단숨에 시장 사로잡아<br>애니콜 성공신화엔 한국형 디자인이 비밀병기로<br>성공방정식도 '새로운 시각+새로운 이미지'로 바꿔
| 최근 삼성전자와 계약을 맺은 영국의 유명 디자이너 재스퍼 모리슨과 그의 대표작들. 참신한 시각과 정감어린 모양새가 보는 이의 눈길을 확 사로잡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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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경쟁력을 높여라] 천재들의 전쟁 막올랐다
'닛산 부활' 천재 디자이너 손에서 시작새로운 감각·시대 요구 반영 단숨에 시장 사로잡아애니콜 성공신화엔 한국형 디자인이 비밀병기로성공방정식도 '새로운 시각+새로운 이미지'로 바꿔
'고도 부가가치'의 원천
'스타급 인재'모시기 경쟁
최근 삼성전자와 계약을 맺은 영국의 유명 디자이너 재스퍼 모리슨과 그의 대표작들. 참신한 시각과 정감어린 모양새가 보는 이의 눈길을 확 사로잡는다.
‘공룡이 멸종한 이유는?’
이에 대한 다양한 학설 가운데 하나로 일부 생물학자들은 ‘포유류 번식설’에 주목한다. 고작해야 쥐의 덩치에 불과했을 포유류들은 등장과 동시에 ‘고도의 두뇌와 유격대와 같이 잽싼 몸 움직임’으로 지구 역사상 가장 파워풀한 생명체인 공룡의 시대를 단기간에 마감시켰다는 가설이다.
현존하는 대표적 공룡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 인터넷 웹브라우저의 세계적 단일 표준이 되다시피한 MS의‘익스플로러(IE)’는 최근 19세의 천재 대학생 블레이크 로스가 주도해 탄생한 ‘파이어폭스’에게 시장을 잠식당할 위협에 처했다. 미국 경제지 ‘비즈니스2.0’은 이를 놓고 ‘MS 최악의 악몽’이라고 표현했다.
‘새시대엔 새로운 적응력이 필요하다’는 교훈이 담겨있는 가상 시나리오인 ‘포유류 번식설’이 바로 지금 글로벌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너무 흡사한 구조아래 이곳 저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천재들의 감각, 천재들의 비전= 일본 닛산자동차를 부활시킨 카를로스 곤 닛산 회장은 지난 1999년6월 닛산의 경영을 책임지면서 가장 먼저 했던 일이 나카무라 시로(中村史郞)라는 젊은 디자이너를 영입해오는 것이었다.
나카무라 시로는 이스즈자동차의 명차로 꼽히는 제미니를 디자인했던 주인공. 당시 곤 사장은 “닛산이 몰락했던 가장 큰 원인은 도요타 등 경쟁사를 모방하는 수준에 그쳤던 낮은 디자인 수준”이라고 진단했었다.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는 닛산을 회생시키려면 새로운 감각과 변화된 시대의 요구를 단숨에 잡아낼 수 있는 천재적 디자이너가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나카무라 시로는 이후 닛산의 신차 개발을 주도해 ‘혼다 시빅’과 ‘도요타 캠리’와 더불어 미국 차시장에서 3대 일본차로 꼽히는 ‘티아나’를 내놓으며 닛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시장 전문가들은 “고도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디자인분야는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도 나오지 않는 ‘천재들만의 영역’”이라며 “바둑계의 최고수인 조훈현이나 이창호 같은 천재가 이제 막 바둑을 배우기 시작한 연습생 수백명과 게임을 할 경우 나오게 될 결과와 똑 같다”고 말한다.
지난 93년 160억 달러의 손실을 내며 파산 위기에 몰렸던 IBM이 회생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천재적 경영자의 등장으로 가능했다.
창립 이후 단 한 번도 외부인사에게 CEO자리를 내준 적이 없던 IBM은 ‘80여년만의 위기’를 맞아 당시 컴퓨터 업계에선 무명이나 다름 없던 루 거스너를 영입, 중대형 서버라는 영역을 개척함으로써 새로운 존립 기반을 구축할 수 있었다.
탁월한 감각과 재능을 지닌 한명의 천재가 기업이나 조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느끼게해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성공 방정식이 달라졌다= 한국의 대표 브랜드 애니콜(삼성전자)이 노키아, 모토롤라 등 거대 공룡의 아성인 휴대전화 시장을 비집고 화려하게 꽃을 피울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반도체를 기반으로 정교한 응용기술이 접목됐다는 점이 가장 큰 요소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한국형 디자인’이었다.
휴대폰 업계 한 관계자는 “예전의 외국산 휴대폰들은 한결같이 군수품마냥 투박한 이미지를 고수했다”며 “이 시장에 폴더, 듀얼폴더, 슬림형 등 새로운 디자인을 잇달아 쏟아내면서 소비자들의 미감을 자극한 것이 인지도를 높이는 비밀병기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무선통신의 공룡’ 노키아, 모토롤라 등이 부랴부랴 한국에 대규모 휴대전화용 R&D 및 디자인 센터(모토롤라 연구소는 지난 2003년8월 경쟁력 상실로 최종 폐쇄)를 마련했지만 이미 첨단 디자인과 감각으로 무장한 국산 휴대폰의 속도를 따라가는 것은 이미 숨이 벅찼다.
최근에는 휴대폰과 카메라의 결합 또는 휴대폰에 MP3 기능 탑재 등등 ‘단일제품, 단일 기능’이라는 고정관념을 제거한 것이 세계인에게 ‘애니콜=상류층의 표시’라는 등식을 만들어내는 촉진제 역할을 했다.
삼성전자는 여기에 그치지 歌?최근 불세출의 디자이너 재스퍼 모리슨과 연간 계약을 맺었다. 자칫 또 다른 ‘포유류’의 공습에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아래 절정의 감각이 스며든 차세대 휴대폰 디자인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시장 전문가들은 “그동안의 성공방정식이 ‘첨단기술+거대 자본+막강 마케팅’이었다면 최근엔 ‘새로운 시각에 의한 접근+새로운 이미지(디자인 및 브랜드) 구축’이라는 디지털 결합이 새로운 성공 방정식”이라고 말한다.
입력시간 : 2005-05-09 16: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