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영박사가 개발한 것은 거대한 「전자렌지」다. 김박사의 전자렌지는 반도체의 기본 재료인 「다결정 실리콘」을 굽는다. 다결정 실리콘은 모래나 규석으로 만든 물질로 이것을 가공해 웨이퍼나 반도체를 만든다.지금까지 만든 실리콘은 주로 막대기 모양이었다. 그러나 김박사가 만든 실리콘은 1㎜ 크기의 작은 알갱이 모양이다. 알갱이 실리콘이 막대기 실리콘보다 훨씬 더 순도가 높고 값싼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
이 기술의 원리는 이렇다. 전자렌지(반응 용기) 안에 실리콘 씨앗(0.4㎜이하)을 넣는다. 이어 밑에서 실리콘 가스를 위로 불어넣고 뜨겁게 데우면 실리콘 가스가 씨앗에 붙는다. 이때 사용하는 열이 전자렌지에 쓰이는 마이크로파다. 마이크로파를 쓰면 반응 용기가 달궈지지 않고, 실리콘에도 불순물이 들어가지 않는다.
산꼭대기 위에서 작은 눈뭉치를 굴리면 밑으로 내려가면서 점점 커지듯이 실리콘 씨앗은 반응 용기 안에서 점점 커진다. 실리콘이 1㎜ 이상이 되면 전자렌지 밑으로 떨어진다. 이것이 반도체를 만드는 「단결정 실리콘」이다. 이중 10%는 부숴 다시 씨앗으로 쓴다.
이 기술은 불순물이 섞일 염려가 아주 적다. 깨끗한 실리콘이 생명인 반도체 제조에서 그만큼 유리하다. 만드는 비용도 적게 든다. 미국의 에틸사가 이 기술을 독점하고 있어서 앞으로 시장성도 높다.
우리나라가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수입하는 다결정 실리콘이 연간 2,000톤 규모(1억 달러)다. 이 기술을 이용해 국내에 실리콘 공장을 지으면 이중 상당수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다결정 실리콘은 태양전지에도 쓰여 2000년대에는 세계적으로 10억 달러 이상의 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김희영박사는 이 기술을 세계 굴지의 실리콘 제조회사인 독일의 바커 사에 380만 달러를 받고 수출했다. 2004년께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매출액의 1~2.5%를 따로 받는다. /김상연 기자 DREA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