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인터뷰] 문상주 학원총연합회장 "대기업 사교육시장 진출 꼭 막을것"

방치땐 중소학원 설자리 잃고 공교육 황폐화도 불가피<br>대기업 학원사업은 돈벌이 수단 불과<br>MB정부 공정사회 기조와도 안맞아<br>대기업과 토론 벌일 준비 돼 있어

"다른 나라의 대기업들은 공교육에 투자하지 사교육으로 돈을 벌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기업은 정부에서 온갖 특혜를 받아 쌓은 부를 무기로 지금 중소 학원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도무지 도덕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문상주(사진) 한국학원총연합회장(비타에듀ㆍ고려학원 대표)은 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대기업이 학원사업을 강화하는 등 사교육시장에 진출하고 있는데 대해 "공교육을 더욱 황폐화시키는 등 무서운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지난 40여년 동안 학원을 운영하면서 가장 조심했던 것이 공교육을 다치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면서 "교육사업을 오로지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대기업 때문에 사교육시장이 더욱 혼탁해지고 결국 학교 교육에까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원총연합회는 지난해 대기업의 학원 진출을 규탄하는 내용의 광고를 일간지에 게재하고 정치권에 근본 대책을 촉구하는 등 대기업을 상대로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규탄 광고에서는 SK커뮤니케이션즈와 웅진씽크빅ㆍ대상그룹이 언급됐지만 주 타깃은 SK그룹 계열사인 SK커뮤니케이션즈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누드교과서'로 유명한 이투스를 인수했다 입시전문학원인 청솔학원에 매각했으나 아직도 약 2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인터넷 사업에 전념하기 위해 이 지분도 조만간 매각할 계획이지만 문 회장은 이를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문 회장은 이투스가 자신이 운영하는 온라인 교육업체 비타에듀의 인기강사 9명을 700억원이라는 스카우트비를 주고 데려간 데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사교육업체가 인기강사를 확보하려는 노력은 당연한 것이고 강사들이 더 많은 몸값을 주는 곳으로 옮기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이번에 SK커뮤니케이션즈가 보인 행태는 시장의 질서를 완전히 파괴하는 것이었다"고 비판했다. 과도한 비용을 주고 인력을 스카우트하면 이를 만회하기 위해 수강료가 오르고 이는 곧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문 회장은 주장했다. 문 회장은 "기업형슈퍼마켓(SSM) 출점 확대로 영세상인들이 타격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대기업이 학원사업에 진출해 중소학원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면서 "이는 이명박 정부가 추구하는 '공정사회'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대기업ㆍ중소 학원 관계자를 불러 모아 대기업 학원 진출 관련 토론회를 열 계획이었으나 일부 대기업이 불참을 통보하면서 취소됐다. 이에 대해 문 회장은 "정부 일각에서 대기업이 학원사업에 진출하면 서비스와 콘텐츠가 향상되고 사교육 비용이 줄어들 것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 같은 논리의 허구성을 정확히 알리기 위해 언제든지 토론을 벌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43년간 학원을 운영하면서 깨달은 것은 교육이 사람을 바꾸고 좋은 선생이 인재를 길러낸다는 평범한 사실"이라면서 "거대 자본과 맞서 싸우는 것이 힘들지만 누군가는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 기업들이 최소한의 도덕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회장은 스무살이던 지난 1968년 서울 장충동에 조그만 입시 지도교실을 차려 교육사업에 뛰어들었다. 잘 가르친다는 입소문을 타고 수강생이 몰려들었고 검정고시 학원과 대입 학원을 신설하거나 인수하는 등 사업을 확장했다. 1994년 암기식 학력고사가 사고력 중심의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바뀌자 30억원을 들여 참고서 '퍼스트'를 개발, 200만부를 판매하는 등 출판사업에서도 큰 성공을 거뒀다. 문 회장이 운영하는 비타에듀ㆍ고려학원그룹은 5개의 대형 재수ㆍ단과학원을 비롯해 2,000여개에 달하는 초ㆍ중등 대상 프랜차이즈 학원, 누적회원 120만명의 인터넷 강의업체(비타에듀), 행정ㆍ검정 고시학원까지 거느리고 있다. 중국 베이징에 중국어학원과 입시학원도 운영하고 있다. 문 회장은 "우리나라를 두고 자원이 없는 나라라고 하는데 세계에서 가장 좋은 자원인 인재가 풍부한 나라"라면서 "학생들을 지적 능력뿐 아니라 가치관과 품성을 지닌 인재로 키워내 오는 2020년 한국이 세계 5위권 나라로 발돋움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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