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나라 밖을 보라

[목요일 아침에] 나라 밖을 보라 세계 각국 '세금인하·규제완화' 질주…"우리만 역주행" 김희중 jjkim@sed.co.kr 지금 세계의 화두는 경제살리기다. 선ㆍ후진국할 것 없이 제대로 된 나라의 지도자들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일자리를 늘리는 데 매진하고 있다. 세금을 깎고 각종 규제를 완화하며 노동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데 힘을 쏟는다. 경제가 살아난다면 이념도, 정파도 개의치 않는다. 경제살리기 카드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세금 인하다. 독일 하원은 지난달 법인세율을 38.65%에서 30.0%로 낮추자고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제안한 법안을 의결했다. 분배보다는 성장을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던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33%인 법인세율을 5%포인트 이상 내리기로 했다. 차기 영국 총리로 내정된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 역시 28%인 기업소득세율을 2%포인트 낮출 계획이다. 스페인ㆍ이탈리아도 법인세를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뿐만 아니라 싱가포르ㆍ홍콩 등도 세금을 인하하고 있으며 미국과 일본 등에서도 감세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유럽의 법인세 인하 경쟁은 사실 동유럽에서 시작됐다. 경제가 하도 좋지 않다 보니 이런저런 방법을 쓰다 결국 세금 인하라는 비장의 카드를 꺼낸 것이다. 서유럽 국가들은 이런 동유럽 국가들의 세금 인하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웬걸. 세금을 낮추니 동유럽 국가들의 경제가 되살아나면서 연간 4~6%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서유럽 국가들을 크게 앞질렀다. 세금을 낮추니 창업이 활기를 띠고 고용과 소비가 늘면서 세금 수입은 더 늘었다. 동유럽 국가들의 실험이 성공하자 서유럽 국가들도 뒤따라 세금 인하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세금 인하가 성공하자 이제는 규제 혁파와 노동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노동자보다는 기업주에게 더 많은 자유를 보장하는 제도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사회주의 정부 시절 도입했던 주35시간 근무제와 연금제도에도 손을 댈 계획이다. 노조의 지나친 경영 간섭과 기업 규제 때문에 국적 포기가 늘어나고 있는 독일도 떠나는 기업을 붙들어두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10년 불황의 고통을 겪은 일본은 이미 규제 개혁에 성공해 사상 유례없는 호황 가도를 질주하고 있다. 그러나 눈을 돌려 나라 안을 들여다보면 가슴이 답답하다. 세금 인하는 말도 꺼내기 어렵다. 기업 규제 혁파를 그렇게 외치는데도 정부는 대꾸도 않는다. 투자의 최대 걸림돌인 수도권 규제와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해줄 것을 국회ㆍ경제단체가 요구해도 오불관언이다. 얼마 전 대통령은 어느 야당 후보의 감세안에 대해 “속지 말라”고 했다. 세계 각국이 앞을 다퉈 왜 세금 인하 경쟁을 벌이는지, 또 너무 많은 세금 때문에 기업 투자와 국민 소비가 위축되고 있는 점을 헤아린다면 그렇게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는 일이다. 대통령의 생각이 이러하니 천정부지로 치솟는 휘발유값 때문에 자동차 몰기가 겁난다며 유류세 좀 낮춰달라고 해도 정부는 세금을 낮추면 기름 소비가 늘어난다며 엉뚱한 소리를 해댄다. 세금과 각종 준조세 등으로 기업과 개인이 겪는 고통을 헤아리는 정부라면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금융감독원이 10대 그룹 68개 계열사의 지난해 손익을 계산한 결과 법인세 차감 전 이익은 26조원으로 전년보다 9.44%가 감소했다. 그러나 전체 순이익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19.3%로 전년보다 2.3%포인트나 높아졌다. 이익은 줄었는데 세금은 더 늘어난 것이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국민 1인당 세금은 309만원이다. 1년 전의 278만원보다 11.2%나 늘었다. 이러니 기업 투자와 개인 소비가 늘리 만무하고 경제가 좋아질 리 없다. 결국 정부가 바뀌지 않으면 국민이 생각을 달리할 수밖에 없다. 프랑스가, 독일이 세금을 인하하고 규제 혁파에 나선 것은 결국 국민들의 요구를 수용한 결과다. 우리는 오는 12월19일 이런 대선택을 앞에 두고 있다. 차기 국가 최고경영자(CEO)에 도전하는 정치인들은 경쟁자의 과거를 들춰내 무익한 논쟁을 벌이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국리민복을 도모할 것인지 청사진을 제시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유권자들도 그런 사람을 선택해야 다음 5년 동안 고통받지 않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입력시간 : 2007/06/1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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