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예산안에 대한 국회심사가 우여곡절 끝에 19일 재개돼 천만다행이다.
그러나 국회가 감투싸움 등으로 10일간 예결위를 공전시키는 등 허송세월을 하다 새 회계연도 개시를 불과 12일을 앞두고 항목별 예산조정을 벌이는 예결위 계수조정소위 가동에 착수, 예산안의 졸속ㆍ부실 예산심사가 우려된다. 올해 국회 예산안 처리는 지난 2일 종료된 법정시한은 물론 9일 폐회된 정기국회 회기까지 넘긴 상황이다. 국회는 밤을 세워서라도 새해 예산안을 심사한 뒤 오는 29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앞으로 10여일 동안 새해 예산안을 충실히 심사하기가 쉽지 않다. 남은 예산심사기간이 예년의 소위운영 일수 12일에 미치지 못한데다 이번 예산심사부터 일반회계, 특별회계 예산뿐만 아니라 기금에 대한 심사도 본격화되기 때문이다. 특히 계수조정소위에서 예산조정을 위해 정부와 국회간, 정당간 팽팽한 대립이 예고됐다.
정부는 내년 경기전망의 불투명으로 일반회계 예산안 규모를 올해 본예산 대비 5.4% 증가한 117조5,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올해 두차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감안하면 올해 예산보다 오히려 5% 정도 감소한 규모란 견해도 있다. 반면 국회는 상임위 예비심사에서 내년 총선을 의식, 의원들의 지역구 챙기기가 러시를 이룸으로써 이미 정부안보다 무려 7조원 정도를 늘려놨다.
또 정부와 민주당, 열린우리당은 내년 경기진작을 위해 세출예산 규모를 3조~5조원 정도 늘리고 세입부족분을 국채로 발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재정구조 악화를 이유로 강력 반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남은 예산심사에서 어떤 사업예산을 삭감하고 증액하느냐를 놓고 정당간, 의원들간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려 치열한 힘겨루기가 불가피하다. 결국 정당간 밀실 나눠먹기 예산심사로 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회가 한해의 나라살림을 확정하는 것은 국민의 대의기관으로서 가장 중요한 본업이다. 국회는 그동안 예산을 볼모로 볼썽사나운 자리다툼을 벌인데 대한 반성과 책임의식을 가지고 엄정하고 투명한 예산심사를 통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바란다.
<구동본 정치부기자 dbko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