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3일 취임 후 첫 라디오 연설에서 “조금만 도와주면 살릴 수 있는 기업은 금융기관이 적극 나서줘야 한다”며 금융위기로 유동성 부족을 겪고 있는 기업의 흑자도산 방지를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라디오 연설 ‘안녕하십니까. 대통령입니다’에서 “일자리를 지키고 늘리는 일은 여전히 국정의 최우선 과제이고 비가 올 때는 우산을 빼앗지 말아야 한다는 게 평소 소신”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신뢰야말로 이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건”이라며 “정부는 신중하게 대처하고 국민들에게 사실 그대로 모든 것을 투명하게 알리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당시 일시적 자금경색으로 흑자도산하는 기업이 속출, 일자리를 잃고 상실감과 고통이 심했던 일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금융기관이 유동성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현재의 경제상황과 관련, “우리가 지금 어렵기는 하지만 IMF 외환위기 당시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고 강조한 뒤 그 근거로 외환위기 당시보다 27배나 많은 2,400억달러의 외환보유액과 4ㆍ4분기 흑자로 돌아서는 경상수지 등 실물 부문의 호조를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또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서로 믿지 못하고 각자 눈앞의 이익을 쫓다 허둥대면 우리 모두가 패배자가 될 수 있는 만큼 지금은 길게 보고, 크게 보고 행동해야 한다”고 말해 기업과 금융기관ㆍ정치권ㆍ국민 등 모든 주체에게 제 역할을 충실히 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기업에 대해 “어려울 때 오히려 투자해야 미래의 승자가 될 수 있다”면서 “지금은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만드는 기업이 애국자”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또 국민들에게 “어렵기는 하지만 에너지를 10%만 절약한다면 경상수지 적자를 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에너지 절감의 중요성을 역설한 뒤 “해외소비를 좀 줄이고 국내에서의 소비를 늘려주면 우리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금 정부는 국제 금융시장과 국내 경제상황을 일일 점검하면서 적절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으며 국제적인 정책공조가 중요한 때이므로 4강과의 협력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출범 이후 마련한 600여개의 경제 살리기 법안을 정기국회에서 조속히 처리해줄 것도 당부했다.
한편 이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은 앞으로 청와대 내부회의를 거쳐 격주로 정례화하는 방안과 연설방식ㆍ내용 등을 보다 대국민 친밀성을 높이는 쪽으로 개선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