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광고중단” 시정명령 최 회장 불복/소보원 고소엄포에,“맞고소하겠다” 응수법정싸움의 시작은 88년 1월 유가공협회가 파스퇴르유업을 경제기획원의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함으로써 시작됐다. 파스퇴르유업의 광고중 「진짜우유」라든가 「IDF(국제유업연맹)가 인정하는 품질」이라는 등의 표현이 과장광고라는 것이 제소 이유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한동안 뜸을 들인 후에 다음과 같은 결정을 내렸다. 「파스퇴르측의 광고는 과장광고이며, 소비자를 현혹할 우려가 있으므로 이같은 광고를 즉각 중단하고 이미 나간 광고에 대한 사과광고를 14일이내에 2개 중앙 일간지에 게재하라」는 요지의 시정명령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시정명령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기존의 우유와 파스퇴르우유가 영양가치면에서 아무런 차이도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시중우유성분분석표」를 공개했다.
이어 88년 8월19일에는 유가공관련학과가 있는 전국 23개 대학의 교수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유가공연구회가 『학술적인 검토를 거쳐 밝힌다』는 전제아래 『파스퇴르우유는 기존의 우유와 별 차이가 없으므로 소비자 여러분은 현명한 판단으로 선택하기 바란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적」은 또 있었다. 중앙 일간지인 J일보가 사회면 톱으로 「파스퇴르유업의 부당한 상행위」를 고발하는 기사를 게재한 것을 시작으로 여러번에 걸쳐 같은 내용의 후속기사를 실어 「우유전쟁」을 새로운 양상으로 몰아갔다.
최회장은 이 모든 발표와 성명과 명령에 불복하고 그 이유를 예의 신문광고 지면을 통하여 상세하게 밝혔다. 최회장의 주장을 담은 광고가 위력을 발휘하자 오히려 초조해진 것은 정부기관 쪽이었다.
89년 8월에는 소비자보호원이 이 싸움에 가세했다. 소비자보호원은 파스퇴르를 비롯하여 남양유업등 10개업체의 우유제품에 대한 품질, 안정성, 영양성등 25개 항목에 대한 실험결과를 발표했다. 이 결과 발표의 요지는 「10개 우유의 성분 및 함량에 차이가 없으며, 기존의 일반우유가 고열처리로 인해 영양소가 파괴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었다.
최회장은 소비자보호원의 발표에 대해서도 즉각 반격을 가했다. 최회장은 냉정한 판단력을 가진 사람이지만 옳다고 믿고 벌이는 싸움에서는 곧장 자신도 모르게 흥분하는 경우도 많았다. 광고를 통해 소비자보호원을 무차별 공격하자 소보원은 9월19일 성명을 내어 「파스퇴르가 소비자보호원의 명예를 실추시켰으므로 사과광고를 내야하며 불응할 경우 고소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최회장은 사과는 커녕 「맞고소를 하겠다」고 응수했다. 이리하여 전장은 법정으로 옮겨졌다.<이청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