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북핵, 명확성에 밀린 모호성

전용호 기자<정치부>

결국 휴회로 결말 났지만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북핵 제4차 6자회담에서 한국이 거둔 외교적 성과는 적지않다. 무엇보다 전체적인 흐름을 이끌어나갔다. 미국과 일본의 정보에 의존하며 사실상 국외자로 머물던 예전과는 분명 달라진 모습이다. 6자회담의 주도국으로 자리를 굳힌 데는 외교관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수고가 깔려 있다. 한국대표단은 보름여 동안 하루에 보통 2시간, 길어야 4시간 정도 눈을 붙이는 정도로 잠을 아껴가며 회담에 전력을 쏟았다. 꺼질 듯하던 회담 분위기가 되살아나 ‘휴회’ 정도로 마무리된 것도 외교관들의 노고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이 제시한 4차 수정안에 대한 북한의 거부로 수석대표회의가 중단된 후 ‘기약 없는 결렬’로 끝날 수도 있었던 회담이 다시금 대화 국면으로 돌아선 것도 한국의 중재노력 덕분이다. 하지만 5% 부족한 게 있다. 의욕이 앞선 나머지 서두른 측면이 없지 않다. 회담이 깨지냐 마느냐의 기로에서 한국의 적극적인 중재로 북한과 미국이 다시 대화를 가진 직후 우리 측 대표인 송민순 외교부 차관보는 “타협이 되지 않을 때는 불가피하게 창조적 모호성이 필요하다”고 말했었다. 창조적 모호성이란 북미 양측이 서로에게 유리한 해석이 가능하도록 모호한 항목을 남기자는 뜻이다. 원칙에서는 서로 공감하니 각론은 덮고 가자는 뜻과 비슷하다. 반면 비슷한 시각, 미국 측 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문서로 작성됐을 때 모든 사람이 그 의미를 분명히 알 수 있어야 한다”며 명확성과 투명성을 강조한 것. ‘북한이 핵은 포기하는 척하고 미국이 그것을 믿는 척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중요한 것은 결과다. 우리로서는 다소 애매한 문구를 남기더라도 전체적인 합의의 틀을 만들고 싶었지만 결과는 기대와 다르게 나타났다. ‘모호성’이 ‘명확성’에 밀린 셈이다. 회담이 어차피 휴회된 이상 더 중요한 것은 3주 후에 다시 열릴 4차회담의 결과물이다.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속개될 회담에서는 ‘창조적’이든 아니든 우리가 ‘모호성’을 내세워야 하는 상황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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