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보다 단기투자 풍토가 문제"
■ 국고채 수익률 급등 이유는투신·증권사등이 시장지배 조그만 변수에도 요동다양한 투자자 유도·손절매 제한완화대책 필요
내달 국채발행 3兆 수준 축소
최근 3년물 국고채 수익률이 20여일 만에 0.70%포인트나 급등하는 등 채권시장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단순한 수급 차원을 넘어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재정경제부가 지난 24일 오는 2월 중 국고채 물량을 5조원 이하로 줄이겠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25일 3년물 국고채 금리는 장중 4%대를 넘는 등 하락세를 이어갔다.
그나마 정부에서 또다시 2월 중 국고채 물량을 3조원 이하로 더 줄이겠다는 발표가 나오자 3년물 국고채 금리는 0.05%포인트 내린 3.87%로 마감했지만 그동안의 급락 장세가 진정되는 수준에 머물렀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불과 한달 전만 해도 시장에서는 국내 국고채 수요에 비해 물량이 너무 부족하다는 인식이 팽배해 금리를 계속 낮춰갔었다”며 “그동안 수급상황에 급격한 변화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금리가 급등한 것은 수급문제 외에 구조적 문제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시장의 깊이가 너무 얕은 것이 문제”라며 “증권사ㆍ투신사 등 단기 수익률에 민감한 플레이어들이 시장을 지배하면서 조그만 변수에도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채권수익률이 연속 하락하면서 연금ㆍ보험사 등 장기 투자자들이 적정 수익률을 올릴 수 없게 되자 채권투자에 소극적인 태도로 바꿨고 시장이 투신사ㆍ증권사 등 단기 플레이어들 손에 넘어가게 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최근 들어 채권투자에 대한 손절매 적용이 더욱 엄격해지면서 수익률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게 되면 자동적으로 손절매를 해야 하기 때문에 채권 가격이 너무 떨어졌다는 인식이 들어도 트레이더들은 채권을 팔 수밖에 없는 구조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채권 가격이 너무 떨어져서 그냥 보유하고 있으면 다시 오를 것을 알면서도 규정 때문에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러다 보니 투신사ㆍ증권사들이 너도나도 팔자에 나서 손절매가 손절매를 부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채권 가격이 추락을 거듭함에도 불구하고 채권을 사려는 세력이 없자 결국 한은이 ‘가격 조정자’ 역할을 자처해 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2조원 가량의 국고채를 사들이기도 했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시장이 일단 안정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이지만 이 같은 시장불안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채권 전문가는 “3년물 국고채 수익률이 4%대에 가까워진 것은 적정 금리 수준으로 여겨진다”며 “올해 GDP 성장률 전망이 4%인 것을 감안하면 금리가 더 이상 급등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2월 금융통화위원회가 가까워오면서 금리인하 기대감이 다시 고개를 들게 될 것”이라며 “금통위까지 금리는 하향 안정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3년물 국고채 수익률이 4%대에 근접해지면서 서서히 장기 투자자들이 채권시장에 돌아오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또 다른 전문가는 “채권시장의 구조적 취약점에 대한 보완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그마한 변수에 시장이 출렁이는 상황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며 “시장에 투신사ㆍ증권사뿐 아니라 다양한 투자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당국이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혜경 기자 light@sed.co.kr
입력시간 : 2005-01-25 18: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