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7월 16일] 흙탕물 싸움

‘흙탕물 싸움.’ 바로 우리나라 통신시장의 현주소가 아닐까 생각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정보통신사업은 황금 알을 낳는 거위였다. 가입자가 짧은 기간 엄청나게 늘어났고 매출액 또한 해마다 크게 성장해왔다. 그러나 현 상황은 너무나 다르다. 블루오션이 레드오션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최근에 들리는 얘기로는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1명을 모집하는 데 자전거 등을 경품으로 제공하거나 20만원 상당의 현금까지 지급되고 있다고 한다. 이동통신 가입자의 경우 50만원 상당의 단말기가 공짜로 제공되기도 한다. 공짜 휴대폰, 과다 경품, 과당 경쟁, 마케팅비용 증가, 영업이익 축소 등 이러한 것들이 우리나라 정보통신사업의 현황을 나타내는 키워드가 돼버렸다.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비용이 통신의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투자되는 망 구축비용을 훨씬 초과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점유율은 지난 몇 년 동안 사업자별로 그다지 변한 것 없이 약간씩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이동통신은 물론이고 초고속인터넷 신규 가입자의 증가는 미미한 가운데 업체 간 이동 가입자 수만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현재 경제 사정이 별로 좋지 않아 정부와 소비자들로부터 요금 인하 압력까지 받고 있다. 통신업체의 지난 분기 영업이익도 전년도와 비교해 모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 통신업체 가운데 영업이익률이 가장 높다는 SK텔레콤조차도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한다. 순증 가입자 수는 미미한 가운데 마케팅비용은 천문학적으로 쓰고 있으며 영업이익은 줄고 있는 게 현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정보기술(IT)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의 생태계를 보면 정보통신산업은 새로운 기술로 서비스를 사업자에게 제공했고 사업자는 통신망 설비투자를 확대해 산업을 성장시켰다. 또 이를 통해 이용자는 새로운 양질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고 사업자는 매출과 이익을 증대시키는 선순환구조를 형성했던 것이다. 그러나 현 상황은 이러한 선순환구도가 깨지고 사업자의 마케팅비용만 증가했을 뿐 사업자와 산업체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악순환구조를 탈피하지 않고는 우리나라 IT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올 하반기에 도입될 예정인 인터넷TV(IPTV)가 새로운 블루오션을 열기는커녕 기존의 시장을 더욱 혼탁하게 해 현재의 ‘흙탕물 싸움’에서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우리 모두 정신을 가다듬고 전후좌우를 잘 살펴봐야 할 것 같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