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공연은 저녁에' 편견 버려라

오페라·콘서트등 오전 시간대 주부관객 크게 늘어<br>대학로도 낮 매출 더 많아 일요일 저녁 공연 없애기도


이제 공연은 저녁에 한다는 편견을 버려야 할 것 같다. 공연 업체들이 예상 관객 층에 맞춰 공연 시간을 유동적으로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클래식 공연장은 주부를 겨냥한 낮 콘서트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고, 대학로는 일요일 저녁 대신 평일 낮 공연이 인기를 끌고 있다. ◇낮 콘서트가 대세= 2004년 9월 당시 예술의전당 사장이었던 피아니스트 김용배씨가 독특한 시도를 했다. 11시에 해설을 곁들인 콘서트를 열겠다는 것이었다. 일회성 기획에 끝나리라는 우려는 불과 3달 만에 깨졌다. 주부들이 몰리면서 좌석이 모자라 난리였다. 5년 동안 50여 차례 콘서트의 평균 객석점유율이 90%에 달했다. 틈새시장을 찾던 지역 문화재단은 이후 '마티네('아침'을 뜻하는 불어 '마탱(matin)'에서 따온 말로 오전 공연을 의미함)' 공연을 속속 도입했다. 성남아트센터, 고양아람누리 등 수도권 공연장은 물론 김해문화의전당, 대구수성아트피아 등 지역 공연장까지 한 달에 한번 '아침 음악회'를 선보이고 있다. 주부를 겨냥한 마티네 콘서트 티켓의 판매는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호조다. 예술의전당은 올해부터 해설자를 김용배씨에서 첼리스트 송영훈씨로 교체했지만 관객 이탈은 없었다. 성남아트센터는 올해 예정된 마티네 콘서트를 모두 관람할 수 있는 시즌권을 148장 책정했는데 이미 135장이 팔려나갔다. 성남아트센터에서 마티네 콘서트 해설을 담당하는 음악평론가 장일범씨는 "40~50대 주부들에게 편한 시간인 11시에 공연을 하는데다 저녁 공연에 비해 질이 떨어지지 않아 인기를 끈다"며 "목표 관객을 분명히 하고 거기에 따른 맞춤형 기획을 하는 게 효과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티네 콘서트가 인기를 끌면서 오페라가 낮 시간으로 옮기는 일도 생겨났다. 지난 9~15일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에서는 푸치니의 '쟌니 스키키'와 현대 오페라연출가 메노티의 '더 텔레폰'이 오전 11시 10분에 공연됐다. 300석중 150석 이상이 찼다. 기획사인 칸오르페우스오페라단의 이영우 씨는 "낮시간에 오페라의 객석점유율이 50% 이상된 건 기대 이상의 성과였다"며 "관객 중 중년 여성이 60% 이상일 정도로 수요 층이 뚜렷했다"고 말했다. ◇대학로도 일요일 저녁은 문 닫아= 연극배우 박정자가 출연하는 연극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일요일 저녁 공연이 없다. 대신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2시에 공연을 한다. 제작사인 월간 '객석'의 김은주 실장은 "평일 낮 공연의 평균 객석점유율은 50~70%로 기대 이상"이라고 말했다. 연극 '억울한 여자'도 금요일 3시 공연을 추가하는 대신 일요일에는 시간을 앞당겨 4시에 공연한다. 그 동안 낮 공연을 한번도 시도한 적이 없는 제작사 이다엔터테인먼트로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정희정 이다엔터테인먼트 홍보담당자는 "주부 관객을 겨냥해 시간대를 옮긴 것"이라며 "평일 낮공연 객석점유율이 60%로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대학로가 일요일 저녁 공연을 없애고 평일 낮 공연으로 돌아서는 건 매출 변화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를 제작한 송한샘 쇼팩대표는 "일요일 저녁보다 평일 낮 공연의 매출이 더 많다"며 "수요일 낮 공연은 220석 가운데 120석이 유료로 수익이 괜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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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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