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신용문맹 없애자] 5. 용돈관리부터 가르치자

어릴때부터 계획소비 습관 길들여라초등학교 4학년 남자아이와 중학교 1학년 여학생을 자녀로 둔 주부 최선희(41) 씨는 요즘 애들 용돈 때문에 고민이 많다. 최씨는 4학년 남자 아이의 경우 4만원, 중학생은 6만원씩 매달 1일에 꼬박꼬박 용돈을 주고 있다. 그러나 한 달에도 서너 차례씩 아이들이 필요한 물건을 구입해야 한다며 돈을 요구해 실갱이를 벌인다. 그러나 주변 친구들이나 학교 동료들과 비교하는 아이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줄까 봐 대부분은 그때마다 마지못해 돈을 건네주고 만다. 이러다 보니 자녀들 방엔 불필요한 물건들로 넘쳐 난다. 한번 읽은 뒤로는 구석에서 먼지만 쌓인 만화책이 두 애들 방마다 수백 권씩 쌓여 있고 인형이나 장난감도 주인의 손길이 언제 닿았는지조차 알아보기 힘든 것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둘째 남자 아이의 경우 집 근처 패스트푸드점에서 사은행사를 할 때마다 받은 플라스틱 장난감들을 방 한 구석에 어지럽게 널어 뜨려 놓고 있다. 최씨는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아이들을 몇 차례 다그쳐 봤지만 야단치는 순간만 반성하는 빛을 보일 뿐 며칠 뒤면 아이들의 손 내밀기는 반복된다. 최씨는 자신의 교육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으로 주변의 친구나 지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대부분 비슷한 고민을 안고만 있을 뿐 뾰족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이는 없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대부분의 아이들이 부모로부터 정기 또는 비정기적으로 용돈을 타서 쓰게 되지만 이에 대한 교육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부모들의 경우 '돈 아껴 쓰라'고 다그치기만 할뿐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를 꼼꼼히 챙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 금융 전문가들은 최근 불거지고 있는 신용불량자 양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어릴 때부터 신용교육을 철저히 시키는 것 외에 대안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뒤늦게 신용불량자에 대한 벌칙을 강화하고 대출을 규제하는 것은 사후 처리에 불과할 뿐 어릴 때부터 자신 스스로 신용관리 능력을 쌓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최선의 대책이라는 설명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만 15세, 고등학생이 되기 전에 대부분의 습관이 결정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물건을 구매하고 돈을 사용하는 습관도 이때 정해지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돈의 의미와 활용성을 알게 되는 초등학교 4, 5학년부터 중학교 기간 동안 학교와 가정이 아이들에게 집중적인 교육을 통해 올바른 습관을 갖출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어릴 적부터 자녀들에게 신용관리를 몸에 밸 수 있도록 하려면 정기적으로 용돈을 주는 것만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우선 용돈의 사용내역을 하나도 빠짐 없이 기재하게 해야 한다. 한달 뒤에 적정한 금액을 사용했는지 낭비하거나 충동구매를 한 적은 없는지를 따져 월간 소비결과에 대해 부모와 자식이 함께 평가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는 게 첫 걸음이다. 또 자녀가 원하는 물건이 생기면 꼭 필요한 물건인지 그냥 갖기를 원하는 것인지를 구분할 수 있도록 대화를 나누는 게 첫걸음이다. 대화를 통해 꼭 필요한 물건이라고 서로 의견일치를 봤다고 하더라도 당장 물건을 사주기 보다는 자신의 용돈을 아껴 살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저금통에 사고 싶은 물건의 이름을 적거나 사진을 붙여 돈을 모아야 하는 필요성을 계속해서 깨닫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렇게 모은 돈을 직접 들고 가 매장에서 물건을 사게 되면 돈의 소중함은 물론 자신의 소유물을 아껴 쓰는 버릇도 자연스럽게 기를 수 있다. 여기에다 부모들도 자식들과 함께 물건을 사러 나갈 때 사전에 필요한 물건을 메모한 뒤 계획적으로 소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짜임새 있는 소비가 중요하다는 점을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훌륭한 간접 교육 방식이기 때문이다. 김호정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