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통신이 세상을 바꾼다] 9.통신이 금융에 날개단다

`은행ㆍ카드ㆍ증권 등 금융기관을 한 손에.` 휴대폰으로 은행, 증권은 물론 신용카드까지 모든 금융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시대가 눈 앞에 펼쳐지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의 급격한 확산으로 온라인 주식거래, 인터넷 뱅킹 이용자가 급속도로 늘어난 데 이어 휴대폰이 PC역할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데이터 서비스의 봇물을 튼 2세대 이동통신이 2.5세대를 거쳐 데이터 전송속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3세대로 넘어가면서 휴대폰을 이용한 금융서비스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휴대폰으로 카드 긁는다= 신용카드가 손톱크기의 칩으로 바뀌어 휴대폰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SK텔레콤의 `모네타폰`, KTF의 `K머스폰` 등은 휴대폰의 뒷면에 IC카드를 꽂을 수 있는 슬롯을 별도로 제공한다. IC칩과 신용카드 조회기가 적외선 또는 주파수방식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카드결제를 가능하게 해준다. 결제 때마다 이용자가 직접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하고 위ㆍ변조가 불가능한 IC카드방식으로 신용카드 부정사용의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SK텔레콤은 8월 현재 5개 기종 17만대의 모네타 가능 단말기를 보급했다. 이 회사는 연말까지 모네타가능 단말기 종류를 20여개로 늘리고 100만대를 보급할 계획이다. 또 2004년부터는 신제품 전기종에 모네타 기능을 내장할 방침이다. 모네타폰 결제를 위해 신용카드 가맹점에 설치되는 수신기(일명 동글) 보급도 서두르고 있다. 모네타카드 발급사는 외환ㆍ우리카드에 이어 최근 현대카드가 합류했다. 지난해 6월 K머스폰을 상용화한 KTF는 1차폰의 경우 30만대의 단말기를, LG카드와 제휴해 지난해 11월 선보인 IC칩 기반의 2차폰은 4만여대를 보급했다. KTF는 지난해 전국 유명 가맹점을 중심으로 1만5,000여 가맹점을 확보한데 이어 롯데그룹과의 제휴 등을 통해 올해 가맹점을 10만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LG텔레콤은 지난해 4월 적외선 통신기능을 갖춘 휴대폰에 신용카드 정보를 내장, 휴대폰 카드결제가 가능한 서비스를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LG텔레콤은 성남시를 시작으로 주요 백화점, 극장, 외식업체 등을 가맹점으로 확보했으며 숙명여대를 비롯한 11개 대학에 모바일 캠퍼스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LG텔레콤은 IC칩 기반의 휴대폰 신용카드 사업을 위해 지난해 9월 SK텔레콤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공동사업을 벌이고 있다. ◇은행이 휴대폰 속으로=계좌이체에서부터 현금인출, 주택청약까지 은행창구가 휴대폰 속으로 옮겨가고 있다. 국민은행과 LG텔레콤이 1일부터 시작하는 `뱅크온`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이 서비스는 금융칩과 전용휴대폰을 결합, 계자조회, 이체, 출금, 수표조회 등의 기본서비스에다 교통카드 기능까지 제공한다. 양사는 휴대폰에 스마트칩을 삽입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양사는 앞으로 신용카드기능과 복권구매ㆍ당첨확인, 공과금납입, 주택청약 등으로 서비스 대상과 영역을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상대방의 휴대폰 번호만 알면 송금할 수 있게 해주는 SK텔레콤의 휴대폰 송금결제 서비스 네모도 인기다. 지난 2001년 11월 우리ㆍ하나ㆍ외환 등 9개 은행과 제휴, 선보인 이 서비스는 이용자가 300만명을 넘어섰다. SK텔레콤은 전국 2,000여 나이스 현금지급기에서 모네타폰으로 출금, 이체, 현금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KTF는 국민ㆍ농협ㆍ제일ㆍ한미 등 21개 금융기관과 제휴, 잔액조회, 자금이체, 대출신청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LG텔레콤 역시 2000년 2월부터 기업ㆍ한미ㆍ신한 등 11개 은행의 조회, 이체,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주식거래= 휴대폰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주가조회, 주식거래를 할수 있다. LG텔레콤은 삼성ㆍ동원ㆍ한화등 16개 증권사를 통해 사이버 주식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휴대폰을 통해 거래 증권사의 웹사이트에 접속한 뒤 주식 매매 및 주문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제공된다. LG텔레콤은 특히 4개 증권사와 공동으로 자바기반의 증권거래프로그램을 개발, 봉차트를 비롯한 주식정보를 컬러그래픽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KTF는 총 21개 증권사와 제휴 매직엔과 멀티팩을 통해 주가지수 동향, 각종 증권정보, 투자전략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월 140만명이 이용할 정도로 이용자가 크게 늘었다. ◇소액결제는 휴대폰이 이미 대세=인터넷상의 유료 서비스나 물품 구매를 위해 휴대폰으로 2만~3만원 이내의 소액을 결제하는 이용자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 2000년 첫선을 보인 이 서비스는 첫해 이용액이 50억원에 불과했지만 2001년 900억원대에서 지난해 2,700억원에 달했으며 올해는 4,000억원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에서 유료콘텐츠를 이용할 경우 결제수단으로 휴대폰(65%)이 가장 높았고 자동응답전화(ARS)와 신용카드가 각각 25%와 10%로 뒤를 이었다. 휴대폰 결제는 휴대폰 번호와 주민등록번호 등으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데다 비밀번호를 문자메시지(SMS)를 통해 제공받아 보안성이 높다는 점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모바일 금융 확산 급물살 통신ㆍ금융, 대립서 경쟁과 협력으로 통신과 금융의 결합을 통한 신개념 서비스 제공을 둘러싸고 주도권 갈등을 빚어왔던 이동통신사와 금융기관들이 한 발씩 양보하면서 모바일 금융서비스 확대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금융기관과 통신사들은 모바일 금융의 당위성을 인정하면서도 서로 다른 접근방식을 고집, 여러 차례 충돌해왔다. SK텔레콤의 휴대폰 송금결제 서비스인 `네모`의 경우 이동통신사의 금융시장 잠식을 우려한 은행권이 독자 서비스를 추진하며 정면 대결양상을 보였다. 모바일 신용카드 역시 수수료배분이나 인프라 구축비용 부담, IC칩 소유권 등의 현안을 둘러싸고 이동통신사와 신용카드사간에 마찰이 잦았다. 그러나 최근 양측이 소모적인 주도권 경쟁보다는 새로운 서비스를 먼저 고객에게 선보이기 위해 기존 입장에서 물러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통신과 금융의 갈등 일변도에서 경쟁과 협력을 병행하는 `코피티션(copetition)`으로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다. SK텔레콤은 무료로 제공해온 개인간 송금서비스를 유료화하고 수수료 결정권을 은행에 이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네모를 SK텔레콤 자체 서비스로 규정, 주도권을 내놓지 못 하겠다는 종전 입장을 포기한 셈이다. 이 회사는 대신 모네타폰에 네모를 탑재, 오프라인에서의 직불결제를 확대, 파이를 키우는 전략을 선택했다. SK텔레콤은 이 같은 입장선회로 그 동안 네모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온 일부 은행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조만간 서비스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는 금융결제원이 네모에 맞서 24개 은행간 모바일뱅킹 플랫폼을 독자적으로 구축하는 UBi 사업과의 정면대결보다는 협력으로 문제가 해결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모바일 신용카드 취급기관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지금까지 모바일 카드 발급기관은 SK텔레콤과 제휴한 외환ㆍ우리카드, KTF 및 LG텔레콤과 각각 손을 잡은 LG카드와 국민카드에 불과했다. 그러나 9월부터 현대카드가 SK텔레콤을 통해 모네타카드를 발급키로 합의했으며 삼성카드와 신한카드도 SK측과 마무리 협상을 벌이고 있다. KTF는 국민카드 및 BC카드와 K머스폰카드를 발급하기 위해 논의중이다. 신용카드를 발급하고 있는 은행권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국민은행이 9월부터 LG텔레콤과 제휴, 선보이는 모바일 뱅킹 서비스 `뱅크온`의 경우 장기적으로 신용카드까지 서비스를 확대할 방침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휴대폰을 교체하지 않고도 IC칩을 휴대폰에 내장, 현금ㆍ직불ㆍ전자화폐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현재 이동통신사들과 협상을 진행, 이르면 올해 말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조의준기자 joyju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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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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