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노사관계, 경제회복 최대 변수로

공기업등 구조조정 대량실업 불가피대정부투쟁.임단협 강도 관심집중 노사관계가 심상치 않다. 민주노총의 노사정위원회 탈퇴 예고 속에 정부와 여당이 고용안정협약 체결 시사 등 「노동계 달래기」에 나서고 있으나 노동계는 정부가 현실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다며 정면 대결을 공언하고 있다. 본격적인 임금및 단체협상을 앞두고 대량실업과 공기업·금융기관의 대규모 구조조정 예정 등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S&P, 무디스 등 외국의 신용평가기관들도 한국의 신용등급을 재조정하면서 올해 우리 경제 회복의 최대변수로 노사관계를 꼽았다. 올 노사관계의 최대 쟁점은 고용조정. 지하철, 한국전력 등 대형 공기업의 구조조정이 3~4월로 예정돼 있어 3월을 전후해 실업자가 200만명에 육박할 전망이다. 여기에 대학의 총학생회 출범이 맞물려 실업문제 해결을 위한 노·학 연계투쟁이 예상된다. 노·사갈등의 완충역할을 할 노사정위가 노동계의 탈퇴 선언으로 제기능을 못하고 있는데다 경제가 회생할 조짐을 보이자 임금인상을 자제했던 노동계가 제몫 찾기에 나서 올 노사관계는 지극히 불투명한 상태다. 고용조정, 근로시간 단축, 임금 인상, 노사정위 위상 강화,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처벌조항 삭제 등 노사간의 주요 쟁점을 점검해 본다. 【편집자 주】 ◆고용조정= 노동계는 『그동안 기업 구조조정으로 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에서 쫓겨나 더 이상의 정리해고를 용납할 수 없다』면서 『내수진작을 위해서도 인원감축보다는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기업 구조조정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이에대해 재계는 『기업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과잉 인력의 감축이 필수적이다』며 올해에도 인원 감축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한국노동연구원 조사에서 기업인사 담당자들의 30%가 「현재 인력이 과잉상태」라고 응답했다. 올해는 서울지하철·한국통신·한국전력 등 공기업과 부실은행·보험사 등 금융권의 추가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움직임이어서 이 부문에서만 약 3만~4만명의 추가 감원이 예상된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지난 20일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일시적인 실업이 두려워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다면 기업이 도산할 수 밖에 없어 더 많은 실업자를 양산하게 된다』면서 고용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노사정위 위상 강화= 노동계는 『지난해 대량 감원과 임금 삭감 등으로 노동자들이 큰 고통을 겪었는데도 노사정위가 정부쪽의 무성의한 태도로 제 기능을 못했다』며 노사정위 탈퇴 입장을 밝혔다. 재계는 노사정위의 존속 필요성을 인식하면서 노사정위가 대통령 자문기구 이상의 권한을 갖는데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다. 정부는 노사정위 위상 강화라는 노동계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할 태세다. 3월중 임시국회를 열어 노사정위 관련 특별법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특별법에는 기업 구조조정 사전협의 의무화와 공무원 출석 요구권, 자료 요구권 등의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근로시간 단축= 노동계는 임금 삭감이 없는 상태에서 현행 법정 근로시간을 주당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여 「일자리 나누기」(JOB SHARING)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계는 이에대해 근로시간 단축은 임금 삭감이나 휴일 무급제 등과 병행 추진돼야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여당은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에 긍정적이다. 국민회의 김원길(金元吉)정책위의장은 『IMF기간 동안 한시적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의 특별법 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임금인상= 노총은 올해 임금인상률을 5.5%로 제시해 놓고 있다. 민노총은 아직 인상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으나 이와 비슷할 전망이다. 노동계는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극복이란 명분에 밀려 일방적으로 당한 삭감분까지 보상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경총은 『올해 경기가 나아진다고 하나 실제 기업들은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지 못해 임금을 올려줄 형편이 못된다』고 밝히고 있다.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사용자 처벌 조항 삭제= 노동계는 올들어 노조전임자 급여 지급에 대한 처벌조항을 삭제할 것을 정부에 요청하고 있으나 재계는 이 문제는 「무노동 무임금」이라는 대원칙을 뒤흔드는 것이라며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재계는 특히 노동법 개정 당시 복수노조를 허용하고 노조의 정치활동, 제3자 개입 등을 모두 허용한 대가로 유일하게 얻어낸 것이 전임자 임금지급 사용자 처벌조항인만큼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처벌조항은 지난 97년 3월 노동법 개정 당시 신설된 조항으로 2002년 1월부터 노조전임자에게 임금지급을 금지하며 이를 어기는 사용자는 처벌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노사정위를 통한 재검토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나 노사정위가 기능 정지 상태여서 노·사간의 합의는 불투명한 상태다. ◆노동계 투쟁 일정= 민노총은 24일 오후 2시 용산구민회관에서 대의원대회를 여는데 이어 「국민의 정부」 취임 1주년을 맞는 25일부터 본격적인 대정부 투쟁에 나선다. 금속산업연맹 산하 기아·현대자동차 공동대책위 소속 노조들은 25일 부분 파업, 26일 하루 파업을 벌인다. 민노총이 27일 오후 1시 광화문네거리에서 「김대중 정권 실정 규탄 및 민중생존권 쟁취 결의대회」를 연 후 오후 3시에는 금속산업연맹이 종묘에서 고용조정 반대 집회를 개최한다. 한국노총도 26일 영등포구민회간에서 정기대의원대회를 열고 위원장을 선출한 후 본격적인 임금 단체협상 투쟁을 벌일 예정이어서 노사관계는 올 봄 정국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할 전망이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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