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희 캡틴 "사케 빠져 소믈리에 그만뒀죠" [리빙 앤 조이] 롯데호텔 日 식당 모모야마 캡틴 사케는 와인과 닮은 점이 많다. 둘 다 쌀과 포도를 발효해 만든 발효주다. 게다가 출산지와 원재료의 차이에 따라, 언제 만든 술이냐에 따라 맛과 등급 차이가 나는 점도 비슷하다. 그래서인지 와인 애호가 중에는 사케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국내 최대의 사케 콜렉션을 자랑하는 롯데호텔 모모야마의 사케 전문가인 김선희(37) 캡틴도 그런 경우다. 얼마 전까지 소믈리에로서 와인에 빠져 살다 최근엔 사케의 은은한 향에 매료돼 아예 사케 전문가로 직업을 바꿨을 정도다. 그녀의 사케 철학을 들어봤다. -좋아하던 와인을 버리고 사케에 사랑에 빠진 이유가 뭔가요. ▦ 겉으로 보면 와인은 하얗고 빨간 두 가지 모습을 가지고 있고, 사케는 맑고 투명한 한가지 모습이죠. 하지만 그 모습 속에 수천가지 표정과 맛이 숨겨져 있답니다. 무엇 보다 사케는 엄청난 장인정신의 결과물이라는 점이 매력이죠. -요즘 사케 열풍이 부는 이유는 뭘까요. ▦ 사실 와인 붐은 너무 갑작스러웠어요. 그 만큼 빨리 거품이 생겼죠. 양적 성장은 있었지만, 질적 성장은 미미했어요. 하지만 원래 우리 술인 청주는 예전부터 마셔온 술이라 거부감이 없어 꾸준히 더 인기를 끌 거라 생각해요. -사케 종류도 많지만 이자카야에 가면 안주 종류도 많던데 어떤 안주가 사케와 궁합이 잘 맞을까요. ▦ 다양한 음식과 잘 조화된다는 점도 사케만의 매력이죠. 사케를 차게 마실 때에는 회 처럼 찬 안주가, 뜨겁게 마실 때에는 구이 안주처럼 뜨거운 안주가 제격이죠. 따뜻한 히레사케를 마실 때에는 석쇠에 구운 고등어 안주가 제일인 것 같아요. -사케를 마시기에 적당한 계절이 따로 있을까요. ▦ 언제 마셔도 상관 없죠. 많은 분들이 요즘처럼 쌀쌀한 날엔 뜨거운 사케를 떠올리는데, 사실 사케 고유의 향과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차갑게 마시는 게 좋아요. -와인 열풍에 기폭제가 된 게 ‘신의 물방울’이란 만화였잖아요. 사케 관련 만화는 없나요. 찬바람 불면 생각난다~ '사케' "사케 빠져 소믈리에 그만뒀죠" 한국産 청주 백화수복 점유율 80% ▦ ‘명가의 술’이란 작품이 있어요. 그 만화에서 ‘사케는 일곱가지 빛깔로 빛난다’는 구절이 인상적이었어요. -사케에 처음 입문하려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것은 어떤게 있나요. ▦ 와인도 너무 드라이한 걸로 시작하면 거부감이 드는 것 처럼 사케도 처음엔 드라이한 것보다 약간 단 맛이 나는 스파클링 사케로 시작하면 좋아요. 야마구치 현에서 나오는 ‘고쿄 네네 핫포 준마이(五橋 ねね 発泡純米)’를 추천하고 싶어요. 상큼한 느낌이어서 술을 잘 못 마시는 여성도 거부감 없이 드실 수 있을 거예요. -마지막으로 이제 사케의 세계에 들어서고자 하는 분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사케의 참 맛은 한두 번 마셔서는 알 수 없어요. 많이 마시는 만큼 알게 되죠. 진정으로 사케를 느끼고 싶다면 선입견을 버리고 백지상태로 사케가 들려주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세요. 김면중 기자 whynot@sed.co.kr 입력시간 : 2007-11-14 1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