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한국을 이끄는 50인의 경영인]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

"글로벌IB 도약 최적임자" 평가<br>삼성 금융계열 실질적 '산파'… 겨울에도 찬물로 목욕 '강단'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은 새내기 CEO다. 삼성생명에서 29년을 근무하면서 부사장까지 역임한 후 지난 9일 삼성증권의 새로운 사령탑에 올랐다. 하지만 그는 머리를 항상 맑게 하기 위해 겨울에도 찬물로만 목욕을 하는 강단있는 경영자라는 점에서 취임 초반부터 주위의 기대감이 무척 크다. 따라서 새내기 CEO로서 부족함보다는 의지와 포부가 넘쳐 ‘반드시 무엇인가 해낼 인물’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박 사장은 30년 가까이 보험회사인 삼성생명에서 근무했지만 되레 금융시장에서는 보험인 보다는 전문 금융인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그는 자산운용과 기획 부문에서 오랜 경력을 쌓아 왔다. 과거 삼성 금융 소그룹 전략기획실에서 담당임원으로 근무하면서 삼성증권의 전신인 국제증권 인수팀에 합류하기도 했고, 동양투신을 인수해 탄생한 삼성투신운용의 사업 과정에도 깊숙히 관여했다. 현재 삼성 금융계열사 형성의 실질적 산파 역할을 수행한 셈이다. 그는 외환위기 시절부터 2000년대 초반 신용카드 사태가 불거진 시기까지 삼성생명에서 재무기획팀장을 역임했다. 당시 삼성생명의 자산은 34조원에 달했다. 그는 당시 부실채권 관리뿐 아니라 한편으로는 구조조정, 그리고 이에 그치지 않고 미래 수익률까지 확보해야 하는 전천후 멀티플레이어 역할을 담당해야만 했다. 그야말로 한겨울에도 찬물로 샤워를 할 정도로 정신을 번쩍 차리지 않으면 안됐던 엄혹한 상황을 묵묵히 헤쳐 나온 셈이다. 따라서 삼성생명 시절 그의 이름 앞에는 언제나 ‘기획’ ‘재무’ ‘전략’이 앞서 불러지곤 했다. 눈앞의 단기 성과보다는 언제나 중ㆍ장기적인 비전과 전략을 먼저 챙기는 것이 그의 업무 스타일이자 지금의 CEO라는 자리까지 오게 한 비결인 셈이다. 실제로도 그는 평사원에서 사장직까지 오르게 된 경쟁력을 묻는 질문에 “한 우물만을 판 결과”라며 끈기있고 지속적인 사업추진을 중요시하는 속마음을 내비쳤다. 그는 금융산업에 대해 누구 못지 않는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지니고 있다. 삼성생명 자산운용본부장 시절 골드만삭스 등 세계 유수 금융기관의 고위 인사가 한국을 방문할 때는 반드시 그를 만나고 가곤 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 금융기관 투자자들에게 한국 금융업계의 중요 인물로 인정 받아 온 셈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시장에서는 글로벌 IB(투자은행)으로 도약을 선언한 삼성증권의 전략을 공격적으로 지휘하는데 박 사장이 최적임자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자본시장통합법 실시로 ‘자본시장의 빅뱅(Big Bang)’이 예상되는 가운데, 해외진출과 자기자본 투자(PI), 트레이딩 등 삼성증권의 새로운 성장 사업 부문의 전략 수립과 적극적 추진에 삼성생명에서 쌓은 기획과 자산운용의 경험이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박 사장은 ▦사업구조 선진화 ▦고객중심 경영 ▦핵심 역량 및 브랜드 차별화를 통해 오는 2020년에는 삼성증권을 ‘글로벌 톱10’에 올려 놓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글로벌 플레이어로서의 도약은 단순한 비전이 아닌 장기적인 ‘필수 생존목표’가 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이를 위해 그는 시스템과 인재 경쟁력 확보 뿐아니라 임직원들과의 공감대 형성이 필수적이라고 믿고 있다. 따라서 임직원들과 격의 없는 만남의 자리를 자주 마련하는 등 열린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공감 경영’을 추진하겠다는 각오다. 이와 함께 권한을 현장 위주로 확대시켜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케 하겠다는 것도 그의 경영 관심사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고객 접점에서 현장 주도의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루어 질 때 비로소 자율과 창의가 발휘될 수 있는 유연한 조직으로 변화, 발전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취임 당시 “우리가 경쟁해야 할 상대는 이미 세계시장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글로벌 금융 플레이어들”이라고 일갈(一喝)했다. 그리고 “뼈를 깎는 노력으로 국제 경쟁력을 확보해 무한경쟁의 승부처인 국제금융시장으로 나가자”고 강조하기도 했다. 강단과 끈기로 무장한 박 대표가 앞으로 삼성증권을 어떻게 글로벌 플레이어로 육성나갈 지 업계의 관심이 쏠릴 만 하다. ■ 환란때 과감한 자산 포트폴리오등 통해
삼성생명 자산 100兆시대 열어

"크게 생각하고 멀리 보라" "크게 생각하고 멀리보라" 박준현 사장이 늘 가슴에 지니고 주변에도 강조하는 말이다. 사실상 그의 경영 철학이나 다름없다. 조직이 눈앞의 성과 보다는 내실있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뤄야 한다는게 그의 신념이다. 그는 이같은 발전을 '건전한 성장'(sound growth)이라고 부른다. 그가 삼성생명 자산운용 부문을 맡아 과감한 자산 포트폴리오 구조조정과 신속한 유동성 확보를 통해 IMF 위기를 극복, 자산 100조원 시대를 연 공로는 빼놓을 수 없다. 또 중국합작사 조기 경영 정상화를 비롯한 해외사업 다각화에 기여해 삼성생명이 글로벌 금융사로 발돋음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한 것에서도 그의 경영철학이 베어 있는 부분이다. "길게 보자"는 그의 철학은 눈앞의 이익에 매몰돼 자칫 주변이나 타인에게 할 수 있는 '거짓말'을 경계하는 습관에서도 잘 나타난다. 그는 "조직 내부나 고객에게 진실되지 못한 모습이나 언행을 통해 짧은 기간에 적은 이득을 얻을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결국 손해가 되고 말 것"이라며 "오랜 기간동안 큰 이익은 바로 진실된 마음자세에서 나올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 박준현 사장은

박준현 사장은 삼성생명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하다 지난달 삼성증권 사장으로 전격 발탁된 인물이다. 하지만 그가 생명보험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왔다고 해서 증권분야가 생소할 것이라고 판단한다면 오산이다. 그는 삼성생명 시절에서도 전략 및 재무기획을 비롯해 특히 자산운용팀에서 전무와 부사장까지 역임하면서 투자와 관련된 명성과 노하우를 쌓아왔기 때문이다. 삼성생명 시절 그는 이미 삼성증권의 대형화나 삼성투신운용의 탄생때부터 깊숙히 관여해 왔다. 따라서 그는 생명보험 분야를 주축으로 한 자본투자분야에서 꾸준히 활동해 온 금융시장 전문가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그룹이 내년 2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그를 전격적으로 삼성증권 사령탑에 앉힌 것만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삼성그룹내 금융계열사간 시너지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적임자로 그를 평가했다는 반증이다. ■ 경영원칙

▦투자은행(IB), 상품운용(CM), 프라이빗뱅킹(PB) 균형 성장 ▦고객 중심 경영 체질화 ▦지속가능한 건전한 성장(Sound Growth) ▦차별화된 브랜드 파워 ▦창의와 상상의 조직문화 ◇ 약력 ▦1953년 인천 출생 ▦1977년 서울대 법대 졸업 ▦1979년 삼성생명 입사 ▦1995년 삼성생명 전략기획실 경영기획담당 ▦2003년 삼성생명 자산운용BU장 부사장 ▦2008년 삼성증권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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