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한국사회를 풀이하는 사자성어(四字成語)로 ‘상화하택(上火下澤)’이 선정됐다. 교수신문은 지난 2004년도 사자성어로 ‘우왕좌왕(右往左往)’을 선정해 우리 사회의 이념갈등과 정부의 행정 난맥상을 꼬집었다. 상화하택은 주역에 나오는 사자성어로 위에는 불, 아래는 연못이라는 뜻으로 사물들이 서로 이반하고 분열하는 현상을 상징한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아무래도 사회 양극화의 심화가 아닌가 싶다. 빈익빈 부익부(貧益貧 富益富)가 결정화(結晶化)되면서 빈부격차가 날로 벌어지고 있다. 강남의 집값이 하늘을 찌르고 부잣집 자녀들의 해외조기유학이 봇물을 이루면서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양극화 해소에 앞장서야 할 정부와 정치권은 분열과 갈등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채 오히려 정쟁의 불씨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정치권은 행정복합도시 건설을 둘러싸고 올 한해 소모적인 정쟁을 지속해왔다. 대북관계와 과거사 정리를 둘러싼 식상한 이념대립이나 선거 때마다 불거져 나오는 해묵은 지역갈등도 여전히 정치권의 고질병으로 자리잡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웠던 농민들의 생활은 쌀협상비준으로 더욱 피폐해졌고 비정규직 법안도 계류된 채 비정규직 노동자는 날로 늘어나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최근에는 사학법의 국회통과로 여야간의 정쟁은 물론 교육계조차 분열되고 이반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종부세를 포함한 부동산 관련 법안과 새해 예산안 심의 등 산적한 과제가 아직도 있다. 더욱이 기상관측 사상 최대의 폭설로 서남해안 지역 주민들이 엄청난 피해와 고통을 당하고 있다. 그런데도 국회는 여전히 파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황금박쥐’라는 이상한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던 황우석 교수 논란이 온 나라 안팎을 뒤흔들었다. 아직도 청와대만 끼면 ‘만사형통’인 우리 사회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개혁을 외치는 참여정부에서도 여전히 상존하는 ‘특권계급’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참담한 심정은 무엇으로 보상을 받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유례없는 기상이변까지 발생해 민심을 더욱 멍들게 하고 있다. 호남에는 폭설이, 영남에는 겨울 가뭄이니 자연재해조차도 상화하택인가.
2006년 새해의 화두는 뭐니뭐니 해도 국민통합이다. 갈등의 정치를 접고 신뢰상실의 위기를 통합으로 끌어내는 새해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