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투병후 첫 퍼포먼스 전위예술가 백남준씨

"죽으면 고국에 묻혀야죠"

“고국이 그립습니다. 죽으면 한국에 묻혀야지요.” 세계적인 전위 예술가인 백남준(72)씨는 오랜 병상에 시달린 탓인지 알아듣기 힘든 말투로 고국에 대한 그리움부터 토해냈다. 백씨는 6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스튜디오에서 설치작품 퍼포먼스와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건강이 허락된다면 오는 2008년 경기도에 설립되는 백남준기념관 건립행사와 12월 서울 스튜디오 개관행사에도 꼭 참석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백씨는 간병인이 밀어주는 휠체어에 담요를 걸친 모습으로 관객들과 인사를 했으며 건강이 많이 악화된 듯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통역관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이날 행사에는 베치 브룬 스미소니언박물관 관장이 참석해 “2억달러의 박물관 보수작업이 완료되는 2006년 7월 백씨의 대작 2~3점을 박물관에 설치할 것”이라며 “우리가 오늘날 미켈란젤로와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얘기하는 것처럼 앞으로 500년 뒤 세계 사람들은 백남준을 거론하게 될 것”이라며 존경과 경의를 표했다. 백씨는 지난 96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투병생활을 해왔다. 병석에 누운 후 미국 안팎의 전시회에 참석하거나 연설을 한 적은 있었지만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행사에서 백씨는 “전위 음악가인 고(故) 존 케이지는 나에게 있어 아버지와 같은 존재이며 케이지 탄생 100주년이 되는 2012년에는 그와 함께 작품활동을 했던 독일을 방문해 기념공연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이날 9ㆍ11테러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제작한 비디오 설치작품 ‘메타 9ㆍ11’을 공개했고 힘겨운 모습으로 피아노 건반을 누르면서 아리랑을 또박또박 불러 보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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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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