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의례적 인사 교환 '짧은 만남'… 특별한 메시지 전달은 없었을듯

“남북관계 개선에 큰 도움 되면 좋겠다”<br>김정은 면담 여부 관심...김기남ㆍ김영근 면담 가능성 커

이희호(오른쪽 다섯번째) 여사와 현정은(오른쪽 네번째) 현대그룹 회장 일행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조문하기 위해 26일 오전 경기도 파주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출경하기에 앞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파주=김주영기자

매서운 한파 탓일까. 26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조문 방북길에 오르는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얼굴을 굳어 있었다. 검은색 코트를 입은 이 여사는 말을 아꼈다. “저희가 가는 것이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짧은 소감을 밝히고 서둘러 남북출입사무소(CIQ) 출경심사대를 통과했다. 이날 이 여사와 현 회장은 각각 오전 오전 7시57분과 오전 8시4분에 남측출입사무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고령인 이 여사는 수행원의 부축을 받으며 CIQ쪽으로 걸음을 옮기자 배웅을 나온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제한적이긴 하지만 이 여사와 현 회장의 조문 방북단이 현 정부 들어 지난 4년간 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 해빙무드를 이끌어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남측에 남아 조문단을 배웅하는 많은 관계자들은 여기저기서 “이 여사ㆍ현 회장의 방북을 계기로 남북관계에 훈풍이 돌기 시작하고 중단된 이산가족상봉과 금강산관광 등 남북교류협력 사업이 재개되기를 염원한다”는 말을 이구동성으로 쏟아냈다. 이 여사와 현 회장은 이날 오전 8시17분쯤 나란히 출경심사대에 나타났고, 인사말 이외에 특별한 언급은 피한 채 사진촬영에만 응했다. 이 여사는 “2009년8월에 남편(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조문 특사단을 서울에 보내주신 만큼 우리도 조문을 가는 게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방북은 “순수한 조문”이며, 일각에서 관측하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나거나 정부측의 대북 메세지를 갖고 가지는 않는다며 단순 조문 방북임을 분명히 했다. 조문단은 곧바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오전 8시28분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8시35분 북측 통행검사소에 도착했다. 북측에서는 이종혁 아태부위원장 등 12명이 조문단을 영접했고, 조문단은 북한 측 전용차 5대와 미니버스 등으로 갈아탄 뒤 평양으로 향했다. 이희호 여사ㆍ현정은 회장이 인솔하는 조문 방북단은 이 여사 측 13명, 현 회장 측 5명 등 모두 18명으로 구성됐다. 이 여사 측에서는 이 여사를 비롯해 아들 홍업ㆍ·홍걸씨 등 김 전 대통령 가족 5명, 이 여사 수행원ㆍ주치의ㆍ경호관 등 8명으로 이뤄졌고 현 회장 측은 현 회장을 포함해 장경작 현대아산 대표, 김영현 현대아산 관광경협본부장 등 현대아산ㆍ현대그룹 임직원 5명으로 구성됐다. 군사분계선을 통과한 조문단은 개성을 거쳐 도착 예정시간보다 2시간 가량 늦은 오후1시20분경 평양에 도착했다. 평양 도착 이후에는 북한측 관계자들과 오찬을 한 뒤 곧바로 김 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 기념궁전을 방문해 조문했고, 저녁에는 평양 시내에서 숙박을 했다. 북한 중앙조선통신은 이 여사와 현 회장의 도착과 동시에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의 서거에 즈음하여 남조선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인솔하는 남조선 조의방문단이 26일 개성을 통과하여 평양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이 날 방북한 이 여사와 현 회장은 지난 19일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 1주일 만에 정부가 허가한, 처음이자 사실상 마지막 민간 조문단이다. 조문 과정에서는 김정은 부위원장을 독대하기 보다 조문하며 자연스럽게 인사를 하고, 조문 이후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시 조문사절단으로 왔던 김기남 당 비서,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 등을 면담할 가능성이 높다. 조문단은 방북 둘째 날인 27일 오전 8시쯤 평양을 출발해 개성을 거쳐 귀환할 계획으로, 현 회장 측이 12시30분쯤 먼저 남북출입사무소에 도착하고, 이 여사 측은 별도로 귀환 중간에 개성공단에 들러 입주기업 2~3곳을 둘러본 뒤 오후 3시10분쯤 도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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