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전두환씨 ‘재산’놓고 법정설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채무자의 신분으로 법정에 출석, 재판부와 한바탕 설전을 벌여 눈길을 끌었다. 전 씨는 법원의 재산명시 심리재판에 참석하기위해 28일 오전 서울지법 서부지원에 모습을 나타냈다. 이번 심리는 검찰이 97년 4월 추징금 2,204억원이 확정된 전씨를 상대로 314억원을 추징하는데 그치자 지난 2월 서울지법 서부지원에 `전씨에게 재산목록 제출을 명령해달라`며 재산명시신청을 냄에 따라 이루어졌다. 국방색 정장과 황색 넥타이 차림의 전씨는 경호원들의 도움으로 대기하고 있던 수십명의 취재진 속을 빠져나가 법정에 들어섰다. 전씨측은 306호 법정에서 25분간 열린 재판에서 판사와 은닉재산 여부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심리를 맡은 신우진 판사(민사26단독)는 전씨측이 제출한 재산목록을 검토한 뒤 “예금채권이 30여만원 정도만 기재돼 있고 보유 현금은 하나도 없는데 사실이냐”고 묻자 전씨는 “본인 명의는 없으며 사실대로 적은 것이다”라고 답했다. 이에 신 판사가 “본인 명의가 아니지만 타인에게 명의신탁한 재산도 기재하도록 돼있는데 정말 명의신탁재산도 없는가”라고 말꼬리를 잡자 전씨는 지지 않고 “그렇다”고 말했다. 신 판사가 다시 “대체 채무자는 무슨 돈으로 골프치러 다니고, 해외여행 다니느냐”며 언성을 높였고 전씨는 “내 나이 올해 72세다. 그동안 인연을 맺은 사람이 많아 도와주는 이가 있으며 자식들도 생활비를 준다”고 반박했다. 설전은 계속 이어졌다. 신 판사는 “왜 그 측근들과 자식들은 추징금은 안 내주나”라며 따졌고 전씨는 “그들도 겨우 생활할 정도라 추징금 낼 돈은 없다”고 받아쳤다. 전씨는 이어 “검찰의 (그토록 많은) 추징금을 문 것은 정치자금을 인정하지 않고 포괄적 뇌물죄만을 적용했기 때문”이라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분위기가 격앙되자 전씨측 이양우 변호사는 “이번 재판은 재산 목록을 심리하는 자리이지 채무변제와 연관된 주변 사실에 대해 묻는 자리가 아니다”며 “추징금에 대해 돈이 없어 변제하지 못했다고 말한 적은 없다”고 재판부에 항의하기도 했다. 심리는 일단 검찰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재판부는 이날 전씨에게 “예금채권이 불과 30만원이라고 기재돼 있는 등 재산은닉의 위험성과 개연성이 크다”며 “유가증권ㆍ부동산 등에 대한 추가 재산목록을 보정하고 배우자ㆍ직계가족 등 친인척에 대한 재산목록도 다음달 26일까지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심리가 끝난 후 이 변호사는 담당판사를 찾아가 “이번 재판은 여론재판”이라며 “채무자가 제3자에 대한 재산목록을 명시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한진기자 siccu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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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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