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쟁력 “총체적 위기”(경제 앞이 안보인다)

◎외채급증·투자위축·부도홍수/“국가경영 능력 한계” 우려감/한보사태 문민개혁허상 입증「이대로 가다간 우리 경제가 거덜나는 것이 아닌가.」 「과연 우리 경제가 소생할 수 있는가.」 최근 우리 경제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나타난 우리 경제의 지표들과 올들어 계속되고 있는 우리 경제환경의 급속한 악화는 이같은 물음들에 대해 어떤 희망적 대안도 찾을 수없게 만들고 있다. 모든 지표상의 악재들이 한꺼번에 쏟아지고 몰리면서 「이제 경제마저 주저앉는다」는 공포가 우리 사회를 엄습하고 있다. 경제에 관한 한 어떤 위안과 기대의 건덕지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엄청난 경상적자와 외채누증, 투자후퇴, 외환위기, 고용불안, 자금시장의 난조와 부도사태…. 여기에 노동법 파문과 한보 부도 등에서 나타난 정책당국의 국가경영 및 위기대응능력의 실종현상은 경제위기론을 한층 심화시키고 있고 이에 안보불안까지 겹치면서 우리 사회는 총체적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 『솔직히 말씀드려 우리 경제의 경쟁력이 한계에 온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단순한 고비용구조 뿐만 아니라 어느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내세울 만한 구석을 찾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경제부처 모장관의 고백이다. 『문민정부 이후 우리 경제상황은 도대체 평가의 대상조차 못된다는 극단적인 생각이 듭니다. 간단히 말하면, 우리 경제를 대내외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지표는 대외적으로는 환율이고 대내적으로는 주가지수입니다. 환율은 달러당 9백원에 육박할 정도로 우리 돈가치가 떨어졌고 주가는 7백선에서 오르내리고 있지 않습니까.』 한 민간경제연구소장의 지적이다. 외채는 1년새 무려 2백60억달러가 넘게 불어나 세계에서 가장 높은 외채증가율을 나타냈고 경상수지 적자는 2백37억달러로 세계 2위를 기록했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1천7백억달러라지만 대GDP(국내총생산)비율로 따지면 2.0%에 불과한 반면 우리의 경상수지 적자비중은 미국의 2배가 넘는 4.7%에 달해 이미 적신호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우리 경제의 악성구조가 일시적이고 단기적인 문제가 아니라 갈수록 심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 경제가 수출 위주의 대외의존형 체질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경쟁력이 한계상황을 벗어나 미끄러지고 있음이 명백해지고 있다. 지난해 무역적자는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대선진국 적자가 4백13억달러로 대개도국 흑자 2백7억달러의 2배에 달했다. 선진국 수출비중은 95년 49.9%에서 44.2%로 떨어졌다. 선진국 시장이 우리 상품의 수출시장에서 급속도로 떨어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개도국시장이 우리 수출시장으로 대체되는 것도 아니다. 개도국 수출증가율도 97년 32.7%에서 15.6%로 절반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제 우리 상품은 고급시장에서도, 싸구려시장에서도 발을 붙이지 못하고 있다. 급박한 상황에서도 한가닥 희망이 되어 우리 경제의 앰플주사노릇을 해왔던 엔고현상은 적어도 수년 내엔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그렇다고 엔고가 재도래, 달러당 1백24엔대까지 떨어진 엔화가 설령 1백엔선이 되더라도 우리 경제에는 단비가 될 수 없다는 비관이 지배적이다. 이미 경쟁력변화에 따른 일본산업의 구조적 재배치가 개도국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완료되었기 때문에 설령 엔고가 오더라도 그 반사적이익은 우리보다는 동남아와 중국의 몫으로 돌아가리라는 분석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 경제의 구조적 고비용, 비효율구조가 우리 상품의 값마저도 떨어뜨릴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기술도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값도 내릴 수 없다면 그것이야말로 「경쟁력의 한계」인 셈이며 가열되는 경쟁에서 한계에 부딪친 경제는 퇴보와 몰락밖에 다른 길이 없다. 당연한 결과로 기업들은 투자계획을 대폭 축소하고 있다. 지난해 투자실적보다도 올해 투자계획 자체가 2%이상 줄어든 현실은 우리 경제의 앞길을 명백하게 하고 있다. 수렁에 빠진 경제를 건져올릴 투자라는 견인력 자체가 상실되고 있기 때문이다.<이병완 정경부장> ◎“한국호 이대로 주저앉나” 회의논 확산 노동법 파동도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르는 휴화산의 불안한 상태로 미봉되고 있다. 특히 한보사태는 금융기관의 대량부실화를 우려케 한다. 국내 금융산업에 대한 대내외적인 신용공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자금흐름은 동맥경화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올 한해 한계기업의 대량부도가 예견되어 있고 경영악화에 따른 인위적인 실업 못지않게 기업부도가 가져올 대량실업이 기다리고 있다. 경쟁력의 한계는 비단 대내외 경제환경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국가경영능력도 한계상황이다. 노동법 파동, 한보사태, 황장엽망명사건이 가져온 정치, 사회적 불안과 위기관리능력의 실종은 총체적 위기를 실감케 하고도 남음이 있다. 특히 한보사태의 본질은 우리 사회의 정신적 공황사태마저 불러오고 있다. 깨끗한 정치를 위한 정치관련법의 개혁조치와 끊임없이 진행된 사정, 금융자율화, 금융실명제 등 문민정부가 추진해온 개혁정책이 현실과 얼마나 괴리됐던가를 드러냈다. 경제가 바탕부터 흔들리고 정치권력의 정체성이 부인되며 사회적 불안은 극대화되고 있다. 나라를 구하는 대결단이 시급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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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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