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창업 2세기 맞는 박용오 두산그룹 신임회장

◎“평생직장 보장 「신나는 조직」 만들것”/그룹경영 미래지향·수익성위주로 전환/정밀화학·생명공학 등에 신규투자 집중/구조조정 98년까지 마무리… 자금난설은 사실무근□대담:김성태 산업1부장 국내 최고기업인 두산그룹이 박용오회장 체제로 새롭게 출발했다. 박회장은 창업 2세기를 눈 앞에 두고 「도전경영」「신바람나는 조직」을 선언하고 나섰다. 서울 배오개의 작은 포목점에서 출발한 지 1백년이 지난 지금 두산은 25개 계열사에 5조8천억원(95년기준)의 자산과 2만여명의 임직원을 거느린 재계 12위의 그룹으로 성장했다. 21세기를 향해 새로운 항해를 시작한 두산호의 6대회장에 취임한 박회장을 만나 경영철학과 계획에 대해 들어보았다. ○해외진출 적극 모색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회장께서 그룹경영에 가장 중점을 두고 계신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현장을 둘러보면서 느낀게 있어요. 사업계획도 중요하지만 「신바람 나는 조직」을 만드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것이었죠. 모든 기업이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사원들이 「어려우니까 그럴 수 있지」라는 매너리즘에 빠지거나 적당한 선에서 포기해 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북치는 사람만 있어서는 안됩니다. 북소리에 맞춰 같이 장구치는 사람도 있어야죠. ­「신바람 나는 조직」을 위한 구체적인 복안은 무엇인지요. ▲특별히 정형화된 것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권위주의를 깨고 철저하게 현장중심의 경영을 펴고, 사원들의 목소리를 듣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임직원들과 틈나는 대로 술자리, 등산대회 등을 자주 갖고 사원들의 생각, 생활이야기 등을 귀담아 듣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면 된다고 봅니다. ­공감이 가는군요. 이제 화제를 돌려보겠습니다. 내년이면 두산이 창업 2세기를 맞게 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에 맞춰 구상하고 있는 그룹경영방침에 대해 말씀해 주시지요. ▲그룹의 분위기를 도전적이고 공격적인 풍토로 전환하는데 최우선의 목표를 맞추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계열사 사장중심의 책임경영체제를 확고히 정착시키고, 해외시장진출을 적극 모색할 계획입니다. 또 모든 사업을 수익성위주의 구조로 전환시키고, 현장중심의 관리체제로의 전환도 추진할 것입니다. 이같은 목표의 구체적 내용으로 우선 생활문화사업군에 속해 있는 주류·식음료사업은 높은 기술과 노하우를 십분활용하고, 해외투자와 현지사업을 연계시켜 세계적인 기업으로 육성한다는 생각입니다. 또 국내 포장업의 선두기업인 두산유리·두산제관·삼화왕관 등 3사는 세계시장에 공동진출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입니다. 아울러 미래 고부가가치 사업인 정밀화학·생명공학응용사업·레저 및 유통·정보지식사업에 신규투자를 집결할 생각입니다. ○유통·레저사업 강화 ­회장께서도 익히 알고 계시겠지만 외부에서는 두산이 너무 보수적이기 때문에 지금과 같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회장께서는 이런 평가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두산이 1백년을 이어오는 동안 돌다리도 두드려 가는 식의 경영을 해 온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창업 2세기를 맞아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도전경영」체제로 전환한다는 각오를 갖고 있어요. 이 체제가 정착되면 두산 1백년이 새로운 전기를 맞는 전환점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최근 두산이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얘기가 증권시장을 중심으로 나돌고 있는데요. ▲이 자리에서 분명히 하고 싶군요. OB맥주는 밖에서 보는 것 처럼 그렇게 어려운 상황이 아닙니다. 또 OB맥주가 어떻다고 그게 그룹경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닙니다. OB의 비중은 10% 정도에 불과합니다. 두산에는 건설·상사·유리 등 나름대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업체들이 많습니다. 다만 OB맥주가 과거에 수요예측을 잘못하고 공장을 대대적으로 증설한 게 현재의 어려움을 초래했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OB라거 등이 서울·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시장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고 맥주산업의 특성상 조만간 이같은 현상이 지방으로 확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국내시장에서 점유율 회복은 시간 문제라고 봅니다. 또 앞으로 맥주산업의 세계진출 등을 통해 세계 15위 수준인 OB맥주를 오는 2000년 10위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갖고 있을 정도로 OB맥주의 앞길을 밝게 보고 있어요. ­OB맥주 외에 앞으로 그룹의 주력기업으로 키울 생각이 있는 회사는 어떤 것입니까. ▲현재의 사업군을 견실하게 이끌어 나간다는 것이 기본입니다. 여기에 현재는 밝힐 수 있는 입장이 아니지만 종합연구소에서 개발한 정밀화학 분야의 사업이 새롭게 추가될 것입니다. 또 오는 98년말 준공될 예정인 34층 규모의 두산타워 1∼7층을 도매의류유통단지로 조성하면서 유통분야로도 사업을 확대해 나갈 생각입니다. 고부가가치면서 노동집약적이지 않은 사업분야를 집중 육성할 방침입니다. ○북한자원 수입 계획도 ­회장께서는 해외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두산상사 회장을 겸하고 계신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하고 있습니다. 두산이 해외개척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됐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두산상사를 통해 자원개발에 적극 나설 생각입니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현실에 대비하자는 차원이죠. 현재 주로 중국·남아프리카 등에서 개발을 많이 하고 있는 상태인데 이를 호주 등으로 지역을 다각화하는 동시에 규모도 늘려 나갈 생각입니다. 또 유리의 원료로 사용되는 규사도 호주와 베트남을 중심으로 적극 개발할 생각입니다. 아울러 가능하다면 북한 지역의 자원도 들여올 생각이 있습니다. ­최근 재계에서는 명예퇴직제 등 감량경영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우리나라는 무엇보다 유교적 사상이 지배하고 있는 사회입니다. 평생직장 개념이 없다면 「신바람 나는 조직」이 되겠습니까. 두산은 계열사를 통폐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유인력을 상대적으로 인력이 부족한 분야에 충당하는 식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한솥밥을 같이 먹고 있는 사람이 큰 과오를 저지르지 않았다면 평생직장을 보장해 주는 게 두산의 기본 정책입니다.<정리=김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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