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 세상] 오바마·잡스·우즈… "혼혈이 더 우월"

■우월한 유전자는 어떻게 탄생하는가(아론 지브 지음, 예담 펴냄)


버락 오마바, 타이거 우즈, 스티브 잡스…이들의 공통점은 혼혈인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부모들의 '인종 간 결혼'을 통해 세상에 태어났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물론, 특히 미국 사회는 인종 간 결혼에 쌍수를 들고 환영하지 않는 분위기이고, 좀더 역사를 파고들어 보면 금기시되기까지 했다. UCLA 생물학 교수를 지낸 저자는 인종 간 결혼이나 혼혈인의 생물학적 이점을 파헤치면서 '혼혈이 더 우월하다'고 주장한다. 그의 주장의 근거는 '이형접합'이다. 우리는 아버지와 어머니에게서 각각 한 개씩의 유전자를 물려받는데 쌍을 이루는 유전자의 형태ㆍ크기ㆍ행동ㆍ성질이 서로 다를수록(즉 이형접합일수록) 두 유전자가 각각 다른 단백질을 생산해내 다양한 환경조건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된다. 이 이형접합 비율을 높이는 해법이 바로 '인종 간 결혼'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인종 간 결혼으로 탄생한 혼혈인은 부모의 전혀 다른 두 유전자가 섞여 환경 적응력을 높여줄 뿐 아니라 더욱 우월한 균형미, 지능, 운동능력, 생식능력 등을 갖게 만든다는 것. 뒤집어 말하면 우리가 근친상간을 피하도록 진화해 온 것과 같은 이치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파트너 간에 혈연관계가 적을수록 건강한 후손을 얻기 때문에 인류가 근친상간을 피해왔다면, 배우자가 나와 다르면 다를수록 더 건강하고 매력적인 후손을 얻게 된다는 논리가 가능해진다. 저자는 이형접합의 우월성을 다른 동물들에도 빗대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무지개 송어의 경우 이형접합 수준이 높을수록 훨씬 균형 잡힌 아가미와 턱, 지느러미를 가지며 옆줄무늬도마뱀, 쌍각류 조개 등도 이형접합 수준이 높을수록 좌우균형이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인간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좌우균형이 맞을수록 유전자 품질이 우수하고, 혼혈일수록 좌우 균형미가 높다는 실험 조사 결과를 제시한다. 저자는 좌우균형미가 높은 사람은 이성에게도 훨씬 어필한다는 실험 결과를 통해 우리가 유전적으로 우월한 후손을 얻기 위해 좌우균형미를 갖춘 짝을 찾게 돼 있으며 유전자 거리가 먼 사람, 즉 인종간 결혼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결론으로 이끈다. 21세기로 접어들면서 세계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하나의 지구촌으로 묶이고 있으며 모든 인종과 문화가 융합되는 '혼혈 폭발'이 일어나고 있다. 단일민족을 표방해온 한국도 농촌 총각의 절반 가량이 국제결혼을 한 지 오래이며 10년 뒤에는 청소년의 20%가 다문화가정 출신이 될 거라는 통계도 있다. 다문화가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닌 한국 사회에 저자가 던지는 화두가 묵직하게 다가온다. 책을 감수한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추천의 글에서 "저자는 혼혈 유전자가 훨씬 탁월한데 무얼 망설이냐고 말하고 있다"며 "모든 게 모든 것과 섞이는 시대이다. 섞으면 건강하고 아름답고 순수해진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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