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이명박 정부의 핵심 주택 정책인 보금자리주택까지 수술대 위에 올려놓으면서 관련 사업이 중대 기로를 맞았다. 지역주민 반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재정난 등으로 가뜩이나 위축된데다 정치권마저 집중 포화를 쏟아내는 상황이다.
일단 정부는 정책의 '부분 수정'에 무게를 싣고 있다. 민간 분양시장 침체의 원인이라는 지적에 따라 분양주택의 비중을 낮추고 소형 중심으로 공급계획을 재편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보완' 방침에 대해 정치권은 뼈대까지 바꾸는 '대수술'은 물론 '폐지'까지 요구할 것으로 보여 존폐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무 부처인 국토해양부는 오는 3월 초 주택종합계획을 통해 올해 보금자리주택 공급계획을 구체적으로 발표할 예정이어서 이 계획에 정책의 전반적인 수정 방향도 담길 것으로 관측된다. 일단 국토부는 연말까지 당초 계획한 15만가구(사업계획승인 기준)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분양주택 비중을 낮추는 대신 임대주택을 늘리고 60㎡(이하 전용면적 기준) 이하 소형 평형 아파트를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박상우 국토부 주택정책실장은 "분양 몫이었던 일부 택지를 5년 임대로 돌리면서 임대 비중이 '의미 있는'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보금자리주택의 임대와 분양 아파트 비중은 각각 절반 수준이었다. 공급 첫해인 지난 2009년의 경우 임대 7만4,000가구, 분양 7만1,500가구 등 총 14만5,500가구였으며 2010년에는 임대 8만3,000가구, 분양 8만1,000가구 등 16만5,000가구가 공급됐다. 지난해에는 과천ㆍ강동 보금자리지구 등에서 주민 반발 등으로 분양주택이 5만2,000가구, 임대가 7만4,000가구로 12만6,000가구로 줄었다.
지난해의 경우 사업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분양주택이 줄었지만 올해는 아예 목표 수립 과정에서 임대 비중을 높일 방침이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비율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지역 여건에 맞게 분양전환 임대단지를 배치하면서 임대 비중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택면적도 대폭 줄인다. 그동안 60㎡ 이하가 20%, 60~85㎡가 80%였으나 이제는 정반대로 60㎡ 비중을 80%로 늘리기로 했다.
국토부는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 요구하고 있는 임대로만 구성된 보금자리주택 공급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사업 시행주체인 LH의 재정여건 때문이다. 임대 위주의 공급을 하려면 대규모 재정투입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 역시 결코 만만치 않다. 임대주택만으로 지구를 조성할 경우 예상되는 지역주민은 물론 일선 지방자치단체의 반발도 문제다.
김수현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주택 재고를 장기적으로 늘려가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정치권에서 몰아치듯 이를 밀어붙이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