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화이팅 중기] 행성진공

중소기업인에게 부도는 사형선고와 같다. 일단 부도가 나면 모든 금융거래가 불가능해 지고 정상적인 공장가동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에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려 든다면 주변에서 미친 짓이라고 말리기 쉽상이다.바로 이러한 바늘구멍에 도전하고 있는 업체가 있다. 유리제품 표면처리업체인 행성진공(대표 김우용)이 그 주인공이다. 행성진공이 도전하고 있는 기술은 한번 코팅처리하면 칼로 긁거나 염산을 뿌려도 껍질이 벗겨지지 않는 유리표면 처리기법인 진공스퍼터링기법. 현재 거의 완성단계에 돌입했다. 늦어도 7월이면 개발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이기술의 가장 큰 특징은 작업이 간단하고 어느 재질에나 쉽게 표면처리를 할 수 있다는 점. 기존의 진공가열식은 코팅을 두번 해야하고 쉽게 벗겨질 우려가 있지만 이기술을 이용하면 한번에 코팅이 가능하고 도금이나 착색처리했을 때 벗겨질 위험이 전혀 없다. 또 건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공정중 폐수가 발생하지도 않는다. 특히 자외선을 차단하는 효과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반도체공정에 쓰이는 차단유리에도 적용할 수 있다. 비용도 기존제품의 40%선이면 제작이 가능해 수입대체효과도 기대된다. 현재 반도체공정에 쓰이는 코팅유리는 전량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金사장이 이기술의 개발에 착수한 것은 지난 94년. 공장에서 작업을 하던 중 기존의 방식이 너무 번거럽고 불량도 많이 나와 공정개선이 필요했고 이때부터 곧 개발을 위한 연구에 들어갔다. 그러길 2년여. 갑자기 공장에 불이 났다. 2억5,000만원가량의 손실을 보고 3개월간 공장가동을 중단했다. 엎친데 덥친격으로 96년에는 납품대금으로 받은 4억여원의 어음이 부도를 맞으면서 치명타를 입었다. 결국 회사는 96년 8월 부도를 낼 수 밖에 없었고 金사장은 15일간 구치소 생활을 하기도 했다. 빚을 갚기 위해 집도 팔고 심지어 종친회 명의의 통장을 담보로 돈도 빌렸다. 집안의 모든 세간살이를 사무실로 옮기고 숙식도 그곳에서 해결했다. 이러한 시련속에서도 金사장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낮에는 공장에서 직원들과 같이 코팅작업을 하고 밤에는 신기술을 위해 졸린 눈을 부릅떴다. 재기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일념 에서다. 지난해부터는 협력업체에서 납품을 재개했고 공장도 정상가동을 시작했다. 특히 남아프리카공화국, 사우디, 두바이등 중동지역에서 주문이 쏟아져 지금은 24시간 3교대로 풀가동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매월 11만달러에 그쳤던 수출액도 올해들어 25%가량 늘어나 월15만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金사장은 요즘 희망에 부풀어 있다. 비록 개발비 5,000만원이 부족해 지난해 신제품을 내놓지 못했으나 진공스퍼터링기술이 완성되면 미국, 유럽시장에 진출할 수 있고 올해 매출 목표인 200억달러(약 25억원) 달성은 물론이고 500만달러 달성도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모두들 나를 믿고 따르는데 어떻게 좌절할 수 있는가』 金사장의 이 한마디가 이회사의 밝은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 (0344)974-2989【송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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