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고비맞은 자동차산업 개편

기아자동차 3차 입찰에서 현대자동차가 1순위 인수협상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현대가 반드시 인수한다는 보장은 없다. 채권단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제 공은 사실상 채권단으로 넘어간 셈이다. 현대가 부채 탕감요구액을 7조원 이상 제시함으로써 채권단이 3차 입찰결과를 수용하지 않고 수의 계약으로 넘길 가능성이 없지않다. 수의 계약의 경우 미국의 포드사가 유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자동차의 새 주인은 현대가 될까, 포드가 될까. 1년반 끌어온 기아 처리가 숨가쁜 고비를 맞고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개편과 미래가 걸려 있는 문제여서 채권단의 판단과 선택이 주목된다. 현대가 인수할 경우 자동차산업은 규모의 경제를 이루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게되고 국내업체끼리의 과당 출혈경쟁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원가 절감과 국내외 판매망을 강화하는 효과도 예상할 수 있다. 현대 내부에 도사린 분가(分家)문제도 해결될 것이다. 포드가 인수할 경우는 국가 신인도가 높아지고 외자유치에 유리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미 자동차 분쟁 해소와 선진 경영기법 도입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된다. 고용안정이나 협력업체 경영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금융기관의 자금 부담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한 쪽의 장점은 다른 쪽의 단점일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현대가 자진 포기하지 않고 채권단에 의해 포드에 넘어갈 경우 입찰 절차에 대한 시비가 일수 있다. 국제 입찰이 포드에 넘겨주기 위한 고의적인 요식이며 결과가 그렇게 될게 분명한데 굳이 시간을 끌어옴으로써 업체나 국민적인 부담과 낭비가 적지않다는 비난을 사기 십상이다. 문제는 누가 인수하느냐도 관심거리이지만 그보다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앞날을 내다보고 현명하게 판단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갈수록 치열해질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전제로 인수자가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다. 지금의 문제만 확대해서 얼마를 받느냐, 부채를 얼마나 탕감해주느냐에 기준을 둘 일이 아니다. 기아 처리 시기와 맞물려 자동차산업의 개편이 심도있게 논의되고 있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지금 빅딜이 뜨거운 이슈가 된 것도 같은 맥이라 할 것이다. 기아 처리는 이미 시기를 놓친 일이다. 그렇다면 촉박하게,당장의 득실에 집착하여 서두르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자동차사업의 장기적인 비전과 세계적인 추세를 면밀히 따져가며 결정해야 할 것이다. 한쪽만 보고 성급히 서툴르게 처리하면 후회는 길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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