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 여름 빌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회장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만나자 마자 미래 세계에 대해 열심히 설명했다. 이 회장은 묵묵히 듣기만 했다. 서먹한 분위기를 깬 것은 게이츠 회장이 차(車) 얘기를 꺼낸 뒤였다. 그가 고속도로에서 240km정도로 고속운전을 해봤다고 하자 이 회장은‘나는 280km이상으로도 달려봤다’고 대꾸했는데 그게 유일한 접점이 되는 화제였다. 이 회장은 게이츠 회장을 배웅한 뒤‘게이츠가 없다면 마이크로소프트(MS)의 주가는 얼마나 떨어질까를 예측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그저 듣고만 있었지만 게이츠의 그런 비전이 MS를 이끌고 있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진대제(사진) 정보통신부 장관이 8일 공식 출간하는‘열정을 경영하라’라는 제목의 자서전을 통해4M D램, 16M D램등반도체 개발 성공과 한국IT산업에대한 각종 비화들을 소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는 이 자서전에서 지난87년삼성전자에 재직할때경쟁회사인 현대전자반도체의고(故) 정몽헌 회장으로부터 영입제안을 직접 받았던 사실을 털어놓았다. 또 그 해9월말 폐암말기로 고생하던 이병철 전 회장이‘한국산 반도체는 모두 일본 것을 베낀 것’이라는제목의 기사가 실린 신문을 들고와“기껏남의기술 베끼려고 평생을건반도체를 시작하지않았다”며 호되게 꾸짖던 기억을 적었다. 이 전회장은 한 달 가량 지난 11월 작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