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선잔여금의 행방(사설)

지난 92년 대선 당시 여당의 선거 「잔여금」 문제로 또 한바탕 나라가 시끄럽다. 한보비리와 김현철씨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중에서 불거져 나온 대선 잔여금은 사안의 중대성과 폭발성으로 이제는 「판도라의 상자」나 다름 없는 핵폭탄의 위력으로 다가오고 있다.대선 잔여금은 김기섭 전안기부 운영차장이 70억원을 한솔그룹에 맡겨 관리해 온 사실이 확인되면서 대선자금의 규모와 연결돼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검찰은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 돈을 잔여금으로 보고 있으며 김현철씨가 김기섭씨를 통해 관리해 온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현철씨는 또 몇십억원대의 자금을 제2금융권 등에 가·차명으로 분산 예치하고 있다는 설도 나돌고 있어 돈의 성격을 놓고 궁금증을 더해가고 있다. 잔여금은 대선 자금의 전체 규모를 어림잡아 파악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김영삼 대통령의 도덕성과 직결된다. 92년 대선 당시 후보 1인당 법정선거비용 제한액은 3백67억원이었다. 선거가 끝난 후 여당은 한도액의 77.6%인 2백84억8천만원을 썼다고 선관위에 신고 했다. 김대통령은 또 취임 후 『기업들로부터 한푼의 돈도 안받겠다』고 몇번이나 강조하면서 『노태우 전 대통령으로부터도 선거비용을 직접 받은 적이 없다』고 공언했다. 당시에도 이를 믿는 사람은 별로 없었으나 문민정부의 정통성과 개혁의 물결에 휩쓸려 그대로 지나칠 수 있었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 결과 현철씨가 엄청난 액수의 돈을 기업들로부터 받았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대선 잔여금도 상당한 액수를 챙겼다는 설도 있다. 노 전 대통령이 김대통령측에게 수백억원대의 선거비용을, 한보의 정태수 총회장이 대선전 6백억원이상을 건네주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적어도 현철씨 부분은 검찰 수사로 확인되고 있으며 여당의 대선자금 전모도 어느정도 파악돼 있다고 한다. 야당측 주장인 1조원대가 훨씬 넘는다는 것도 점차 설득력을 더해가고 있다. 김대통령의 도덕성은 이미 현철씨 문제로 치명타를 입었다.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김대통령으로서는 이제 대선자금과 관련, 「고해성사」를 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이 기회에 이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어물쩍 지나치다가는 정권의 차별성 차원에서 다음정권에서 또다시 터져 나오게 돼있다. 연말에는 또 대선을 치른다. 우리정치의 폐해인 고비용 정치구조를 개혁하는 의미에서라도 대통령은 용기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것이 경제를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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