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가 면세 사업에 진출한 것은 최근 유통업계의 황금알로 떠오른 면세점이 각종 규제와 불황으로 부진한 기존 사업(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을 만회할 성장 엔진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은 "이번 파라다이스면세점 인수는 신세계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면세점은 신세계의 숙원사업=면세점은 신세계 그룹의 숙원 사업 중 하나로 꼽힌다.
유통 라이벌인 롯데가 보유한 유통채널 가운데 신세계가 없는 사업 중 하나가 바로 면세점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 부산에서 '신세계 센텀시티 UEC' 개발계획을 발표할 때에도 단계적으로 면세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세계는 이번에 부산지역 넘버2 면세업체인 파라다이스를 품에 안으면서 숙원 사업을 해결했다.
파라다이스 인수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3~4년 전 호텔신라가 먼저 파라다이스 인수를 추진했고, 인수금액은 800억원 안팎으로 거론됐다.
그러나 인수금액과 직원승계 문제로 지난 2010년 4월 양측의 최종 협상은 결렬됐다. 신세계는 신라가 제시한 금액보다 131억원 이상을 더 지불하고 직원은 100% 승계하는 방식으로 파라다이스그룹의 마음을 사 면세점 지분 81% 인수에 성공했다. 그만큼 정 부회장의 면세 사업에 대한 진출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들어 해외 여행객과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국내 면세점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자 인수의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면세점 시장은 지난해 전년 대비 23% 신장해 4조9,000억원의 규모를 형성했다. 이는 같은 기간 백화점(27조원) 신장률인 11%보다 2배를 웃도는 수치다. 롯데(2조7,000억원)와 신라(1조5,000억원)의 양강구도에 한국관광공사, 동화면세점, 워커힐면세점 등이 나머지 시장을 나눠갖고 있다.
◇면세점 3파전으로 재편되나=신세계는 후발로 면세점에 뛰어든 만큼 롯데와 신라를 따라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사업 확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면세 사업 운영은 경쟁사인 신라 대표이사로 면세점 운영을 총괄한 경험이 있는 성영목 조선호텔 사장에게 맡긴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 진입 초기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빠르게 안착시키기 위해서다.
신세계는 빠른 시간내 면세점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인천공항 면세점 계약이 종료되는 내년 2월 이후 이 매장 입찰에 참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서울 시내 면세점을 추가로 인수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한 호텔 관계자는 "정용진 부회장이 서울에 위치한 A면세점 인수를 위해 접촉을 하고 있고 구체적인 액수도 오간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인수에 성공할 경우 단숨에 면세점 넘버3까지 오를 수도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롯데와 신라측은 공식적인 반응은 아끼면서도 경계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롯데의 한 관계자는 "신세계가 면세 사업에 나선 만큼 기존 사업을 더욱 강화하고 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한류 마케팅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수성 의지를 강조했다. 신라의 한 관계자는 "유통 대기업인 신세계가 다양한 강점을 앞세워 사업을 확장해 나가겠지만 면세점 사업이 만만치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