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非법정 계량단위 사용' 처벌은 탁상행정

정부가 법정계량 단위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처벌하기로 한 것은 탁상행정의 전형이다. 정책의 현실적합성을 완전히 무시한 채 단속과 처벌로 정책목적과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단선적이고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 놀라울 따름이다. 산업자원부의 ‘법정단위 사용정착 방안’에 따르면 지금 널리 쓰이는 길이ㆍ면적ㆍ무게ㆍ부피 단위인 자ㆍ피트ㆍ야드, 평ㆍ에이커, 돈ㆍ근ㆍ파운드ㆍ온스, 홉ㆍ되ㆍ가마 등 대신 ㎝와 m, ㎡와 ㏊, ㎏과 톤, ㎥와 ㎘ 등의 사용을 의무화한다는 것이다. 이를 어기는 업소나 기업은 내년 7월부터 징역ㆍ벌금ㆍ과태료 등을 물게 된다. 병행표기도 처벌 대상이다. 이 같은 조치는 비법정 단위 사용에 따른 혼란과 피해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1억달러가 넘는 우주선 폭발사고를 피해사례로 들기도 했다. 피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널리 통용되는 기준을 따른다는 점에서도 법정 계량단위 사용은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그걸 지키지 않는다고 처벌까지 한다는 데는 공감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불편을 충분히 감안하지 않은 것으로 실효가 의문시된다. 수십년 동안 사용해와 너무나도 익숙해진 단위를 몇 달 새 버린다는 것은 누가 생각해도 쉽지 않은 일이다. 아파트 면적인 평만 해도 그렇다. ㎡로 표시하면 그게 대략 어느 정도 크기인지 알기 어렵다. 법정 단위를 다시 평수로 고쳐 계산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또 런던ㆍ뉴욕 등 국제상품시장에서 사용되는 거래의 공식 기준단위인 인치ㆍ파운드ㆍ온스 등을 사용하지 말라는 것도 문제다. 이것들은 당분간 병행하도록 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지만 우리의 관습적 척관법은 병행사용을 금지하고 외국 계량형은 허용하는 것도 어색하다. 위반사실을 일일이 단속하는 것도 무리다. 결국은 제도만 있고 효과는 없는 유명무실한 정책이 되기 십상이며 이는 정부와 정책에 대한 신뢰만 떨어뜨릴 뿐이다. 법정 단위 사용은 단속으로 하루아침에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일단 병행 표기하게 하면서 꾸준한 홍보와 계도로 자연스럽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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