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보 비리」 축소은폐 역력”

◎국민들 “수사결과 너무 실망스럽다” 허탈/의원 몇명 구속하면 다 끝나나/진실규명 현 정권서 한계 확인/경실련 등 특검제로 전면 재수사 촉구한보사태에 대한 검찰의 중간수사결과가 발표된 19일 시민들은 축소수사에 대한 질책과 함께 철저한 재수사를 통한 진상규명을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이날 하오 2시 정각 TV주변에 삼삼오오 몰려든 시민들은 수사결과가 발표되는 중간중간마다 『이게 아닌데』하며 실망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역 대합실에서 열차를 기다리면서 중계를 시청한 시민 송모씨는 『사상최대의 금융사고에 비해 수사결과가 너무 빈약하다. 이번에야말로 고질적인 정·경 유착의 고리를 끊는 계기가 마련되나 했는데…』하며 안타까워했다. ▲박병옥 경실련 정책실장=이번 수사결과는 한보사태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바라는 국민의 여망을 저버린 것이다. 정치권과 권력핵심으로부터 검찰의 철저한 독립이 이뤄지지 않는 한 한보사태와 같은 권력형 부정비리사건의 배후를 밝혀내기 어렵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지금이라도 특별검사제를 도입해 철저한 재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이미경 가정주부=처음부터 당국이 철저한 수사를 할 것으로 믿지 않았지만 막상 수사결과의 뚜껑이 열리고 나니 허탈한 감을 감출수 없다. 일반인들은 은행에서 1천만원도 대출받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할 때 은행이 수조원을 선뜻 내줬는데도 권력핵심부가 개입되지 않았다면 어불성설이다. 이번 사건에 정권의 핵심이 개입됐다면 엄정한 수사가 힘들고 다음정권에서 파헤치기를 바랄 뿐이다. ▲최재천 변호사=한마디로 함량미달이다. 대출커미션수수나 대출과정에서의 외압부분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 빠져있다. 또 구속된 인사들이 민주계 실세라지만 한보그룹에 집중대출한 4개 시중은행장을 주물렀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불과 30여억원의 돈을 나눠 받은 몇몇 정치인과 은행장의 개인 비리로 단정하기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 한보리스트에 오른 여권실세인물들에 대한 진상조사조차 하지 않은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 ▲은행원 김응로씨=한보로부터 수억원의 뇌물을 받은 정치인과 은행장들 못지 않게 사건의 본질을 축소은폐하는데 급급한 당국에 배신감을 느낀다. 은행들이 외압을 핑계로 거액의 부실대출을 한데 대해 책임을 느끼지만 금융사고만 나면 은행장을 희생양으로 삼는 풍조는 차제에 사라져야 한다. 아무리 대출권한을 쥐고 있는 은행장이라도 권력층의 요구를 거절한다는 것은 무리다. 대출커미션을 받아도 부도만 나지 않으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 우리의 금융관행이다. ▲오세철 연세대 교수=국민이 상식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특혜대출의 배후세력과 검은돈인 2조원의 행방에 대한 철저한 조사없이 한보수사가 마무리될 수 없다. 앞으로 국회 국정조사와 함께 노동계 등 비판세력들이 사회운동을 통해 문제제기를 계속적으로 해야 한다. 한편 한보사태의 핵심은 재벌중심의 경제체제에 있다고 본다. 재벌중심경제체제가 변화되지 않는한 제2, 제3의 한보사건이 재연될 것이다. ▲이종복 한국노총 사무차장=오늘 검찰수사결과는 짜맞추기에 불과하다. 외압의 실체에 대해 밝히려는 의지는 전혀 엿보이지 않아 실망스럽다. 노동계와 경제계가 고비용 저효율로 가는 마당에 한보에 대출한 5조원이 고비용의 실체다. 임금이나 고용조정으로 고비용을 줄이려는 노력보다 이런 것부터 척결해야 한다.<연성주>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