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기업투자활성화 대책] 공공기관 지하화해 공장부지로…에쓰오일 등 10여곳 수혜

온산·미포 산단 등 공장 건립 걸림돌 제거<br>증손회사 지분보유 완화해 합작사 설립 촉진<br>메디텔 도입으로 도심 숙박난 해소 기대


재계 "관련 규제 같이 풀려야 효과" 환영 속 아쉬움


지난달 30일 정부가 발표한 투자활성화대책은 '투자효과가 크고 단기간에 해결 가능한 과제' 위주로 짜여졌다. 관계부처ㆍ경제계ㆍ지방자치단체로부터 수렴한 250여건의 손톱 밑 가시(건의사항) 가운데 50여건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기획재정부는 설명했다. 4ㆍ1부동산 대책,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이은 정책 패키지 3탄으로 꺼져가는 성장엔진을 최대한 빨리 되살려 올해 성장률을 끌어올리려는 절박함이 녹아 있다.


정부가 가장 중점을 둔 대책은 '현장 대기 대규모 프로젝트 지원'다. 가시(규제) 하나만 뽑아주면 즉시 시행 가능한 프로젝트들인 만큼 당장 올해부터 투자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일종의 즉효처방이다. 수혜 대상은 대기업 10여곳, 투자 규모로는 '12조원+∝'에 해당하는 것으로 기재부는 집계했다.

◇산업단지 부지 부족 해소+증손회사 지분규제 완화 등 12조원=가장 규모가 큰 프로젝트는 공장 지을 땅이 없어 투자가 중단된 산업단지 내 공공기관 시설을 기업에 제공하는 사업이다. 모두 8조원의 투자효과를 낼 것으로 기재부는 추정했다. 대신 공공기관 시설은 지하화한다. 180만㎡의 공장부지가 새로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대상 산업단지는 온산ㆍ미포ㆍ여수ㆍ새만금산업단지 내 대기업이다. 에쓰오일은 온산 산업단지에 신규 공장을 설립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출자법인에 한해 손자회사의 증손회사 보유지분을 100%에서 50%로 완화하는 방안도 프로젝트에 포함됐다. 명칭은 프로젝트지만 사실상은 제도개선에 가깝다. 실현시 예상 투자규모는 2조원이다. 수혜기업은 ㈜SK의 손자회사인 SK종합화학과 ㈜GS의 손자회사인 GS칼텍스. 두 회사는 일본계 화학회사와 손잡고 국내에 각각 1조원 규모의 파라자일렌(PXㆍ기초화학제품의 일종) 합작투자 공장 설립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손자회사가 증손회사를 설립할 경우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한다는 공정거래법 규정이 합작회사 설립에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SK 관계자는 "일본 JX에너지와 50대50으로 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고 공장도 짓고 있다"며 "하지만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2015년 1월까지 과징금을 면제 받고 있는데 이번 대책이 실행되면 과징금 부담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증손회사 지분 보유를 완화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18대 국회에서 상정됐다가 "문어발식 확장을 막는다는 법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폐기된 바 있어 실행 여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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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는 외국인 투자 법인이 부지만 임대해 공장을 지을 수 있게 허용하고 산업단지 내 열병합발전소의 입주를 허용하는 두 가지 프로젝트도 각각 1조원가량의 투자 효과를 낼 것으로 추정했다.

◇플러스 알파(메디텔 등)도 도입…효과는 미지수='+∝'는 의료관광객용 숙박시설(메디텔) 도입과 육상풍력 사업의 입지규제 개선 가이드라인 마련이다. 특히 메디텔은 서울 도심의 숙박난을 해소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당장 강동경희대병원이 우리나라 1호 메디텔을 세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대기업들이 정부의 규제완화에 호응해 얼마나 빨리 투자에 나서줄지가 관건이다.

정은보 차관보는 "개별기업마다 사정이 달라 '12조원+∝'의 투자가 언제까지 실현될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실제 투자 규모가 훨씬 적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재계의 반응은 환영 속 아쉬움이다. 규제완화를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한 흔적이 보이지만 이 정도로 투자가 살아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 투자란 한 가지 규제를 푼다고 살아나는 게 아니라 그와 관련된 규제도 한꺼번에 풀어야 효과가 있다"며 "가령 메디텔을 허용하더라도 외국인 의사의 국내 의료 허용, 여행업과 의료관광업 겸업 허용 등이 병행되지 않으면 외국인 환자 유치가 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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