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1단위를 수출해 벌어들인 돈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1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ㆍ4분기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지수'를 보면 지난 3ㆍ4분기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78.7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9% 떨어졌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4ㆍ4분기 75.1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하락폭도 2008년 4ㆍ4분기 -13.0% 이후 최대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란 한 단위 수출대금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지수화한 것으로 2005년(100)이 기준이다. 2005년에는 상품 1단위를 수출한 돈으로 100개의 상품을 수입할 수 있었다면 올해 3ㆍ4분기에는 78.7개로 감소했다는 얘기다. 순상품교역조건이 악화된 것은 지난 3ㆍ4분기 국제원자재 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수출단가보다 수입단가가 빠른 속도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3ㆍ4분기 중 수출단가는 지난해보다 9.5% 오르는 데 그쳤지만 수입단가는 21.5% 급등했다. 수입단가가 20% 이상 오른 것은 2008년 3ㆍ4분기(30.4%) 이후 처음이다. 수입단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수출총액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보여주는 소득교역조건지수는 지난해보다 3.1% 오르면서 다소 개선됐다. 수입단가와 수출단가 상승폭의 차이를 상쇄할 정도로 수출물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선폭은 전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한자릿수에 머물렀다. 한편 한은은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에 따라 오는 2013년 1월부터 수출단가지수 작성을 중단하기로 했다. IMF는 수출입단가지수와 수출입물가지수가 지수산출 방식 등의 차이로 서로 달라 혼란을 야기한다며 향후 수출입물가지수를 이용해 교역조건을 작성하도록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