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어리석은 농부가 모내기를 한 후 벼가 다른 곳의 벼보다 덜 자라자 궁리 끝에 벼의 순을 잡아 늘린다. 순을 늘려놓으면 더 빨리 자랄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벼의 순이 길어지자 이 농부는 기분 좋게 귀가해 가족에게 그 사실을 자랑스럽게 털어놓았다. "하루 종일 벼의 순을 빼느라 힘이 하나도 없다"
식구들이 기겁해 이튿날 논에 가보니 벼는 이미 하얗게 말라 죽어버린 뒤였다. 맹자(孟子)의 공손추(公孫丑) 상편에 나오는 발묘조장(拔苗助長)의 유례다. 급하게 서두르다 오히려 일을 망치는 어리석음을 탓한 말이다.
돌이켜보면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도 재임 기간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너무 서두른 우를 범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내내 경제를 살리라는 탄원에 시달렸다. 전국의 경제 및 경영학과 교수 등 1,000여명이 경제살리기를 촉구하는 성명서까지 낼 정도였다.
하지만 그 역시 임기 내내 경제 문제로 고민했다. 경제 살리기에 올인하겠다고 천명하기도 했고 기업인 특별사면도 단행했다. 그만큼 언론사 경제부장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경제 활성화 방안에 대해 토의한 대통령도 찾아보기 힘들다.
성과 조급증에 정책 효과 못봐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7년 신년특별연설에서 "민생이라는 말은 송곳"이라며 "지난 4년 동안 가슴을 아프게 찌르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런데도 이런 노력들이 부질없이 돼 버린 것은 성과에 너무 조급해 이분법적 갈등을 심화시키는 급격한 조치를 취하면서 오히려 역풍을 맞았기 때문이다. 말로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심정으로 뚜벅뚜벅 걸어가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합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조치를 취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의 반작용으로 아예 '경제살리기' 프레임으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BBK 의혹 등 각종 네거티브 공세도 경제를 살리겠다는 말 한마디에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는 큰 물결이 모든 배를 띄운다는 논리였다. 경제성장이 분배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대기업에 세제혜택을 주고 원화약세 정책을 쓴 것도 이런 이유에서 비롯됐다.
그 역시 임기 내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함에 시달렸다. 대표적인 게 4대강 사업이다. 임기 내 완공을 목표로 야간공사를 강행하는 속도전을 펼치면서 사망자까지 속출했다. 수자원을 관리하면서 지역 경제도 활성화한다는 게 목표였지만 지금은 이 전 대통령의 주홍글씨가 돼 버렸고 언제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헤아리기도 힘든 신세다. 차기 정권으로 넘겨서라도 제대로 검증하면서 공사했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었다.
이렇게 장황하게 전 정권과 그전 정권 얘기를 꺼낸 것은 이 정권 역시 숨차게 경제정책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경제혁신 3년 계획이 발표되자마자 터진 세월호 참사로 인해 멈춰버린 시간을 메우려는 듯 연일 경제 관련 대책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써 경제살리기에 총력전을 펼치라고 강조하고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한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물론 경제가 그만큼 어렵고 내년이면 집권 3년 차로 넘어가면서 단임 대통령제의 특성상 추진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반영됐을 듯싶다. 최근 발표한 서비스산업 활성화 대책이나 기업소득환류제, 연이은 부동산대책 등에서 그런 절박함이 물씬 풍긴다.
속도보다 순리로 푸는 의지 중요
그러나 서비스산업 활성화 대책에 담긴 한강종합개발사업이나 제주도 카지노 등은 이해당사자들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하고 과거에도 그런 연유로 답보를 거듭했다. 부동산대책 역시 경기를 살려야 하는 것은 맞지만 자칫 커다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부동산 활성화 대책을 놓고 전 정권들이 수없이 고민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의지대로 정책이 펼쳐지지 않는다고 벼의 순을 강제로 뽑을 수는 없는 일이다. 하나하나 순리로 풀어나가고 성급한 성과를 좇기보다 토대를 닦고 체질을 바꾸는 데 더 전력해야 한다.
아파트 하나 짓는데도 2~3년이 걸리는데 나라를 개조하고 경제를 살리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게 초조해 먼저 집에 들어가 살려고 하면 또다시 부실공사가 반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