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암표상·위폐범도 경제에 도움"

디펜딩 더 언디펜더블<br>월터 블록 지음, 지상사 펴냄<br>한계 효용론 활용한 수요^공급 논리에 기초<br>사회 통념 깨뜨리는 '시장 만능주의' 설파


과격하다. 이 책은. 아동 노동이 정당하고 창녀와 포주, 위조지폐범, 암표상이 공공의 영웅이라니! 신간 '디펜딩 더 언디펜더블(Defending the Undefendable)'은 이런 내용으로 가득하다. 기업가들의 귀에 쏙 들어올만한 귀절도 많다. '구사대의 노조파업 저지는 정당하며 최저임금제 보장은 악덕이다'. 미국 뉴올리언즈의 로욜라 대학 경제학 교수로 재직중인 저자 월터 블록(Walter Block)은 부패공무원까지 옹호한다. 책은 한마디로 모든 통념을 뛰어넘는다. 윤리나 도덕의 잣대로 본다면 불온하기 짝이 없다. 1974년 미국에서 초판(한국어 번역판은 4판)이 나왔을 때부터 전국적인 논란과 파장을 불렀다. 사례 몇 가지를 살펴보자. 폭리 이미지와 달리 암표상은 경제에 도움을 준다. 암표가 존재하는 이유가 수급불균형, 즉 수요초과라고 할 때 암표상은 긴 줄을 서야 하는 부유층의 시간과 노동을 절약시켜준다. 가난한 계층도 '암표상'이란 직업을 얻을 수 있다. 최저임금제도 마찬가지다. 빈민층에 대한 최소한의 생활보장이라는 취지와 달리 오히려 취업기회를 막을 뿐이다. 노조의 파업을 파괴하는 행위도 정당하다. 한번 고용됐다는 이유 만으로 노동자가 다른 경쟁자 없이 일을 독점할 특권은 없기 때문이다. 저자의 옹호 대상은 무수히 많다. 무허가 택시ㆍ구두쇠ㆍ상속인ㆍ고리대금업자ㆍ마약밀매자ㆍ공갈협박꾼ㆍ악덕집주인ㆍ투기꾼ㆍ악덕고용주를 저자는 국가통제와 관념에 의해 권리가 짓밟히고 부당한 대우를 받는 사람들로 그려내고 있다. 심지어 극장에서 '불이야'라고 외치는 사람까지 두둔하는 논지에 깔린 바탕은 자유주의, 시장만능주의다. '세금징수는 자유주의에 어긋나며, 위조지폐범은 진짜 위조범(금 본위제를 포기했다는 점에서)인 정부에 대항한다는 점에서 영웅'이라는 대목에서는 '무정부주의적 자본주의자'라는 저자의 색깔이 드러난다. 저자의 논리에는 분명한 흐름이 두 가지 있다. '만약 이런 직업이 없었다면'이라는 가정과 수요공급의 논리다. 오스트리아 학파를 자처하는 경제학자답게 한계효용론을 활용한 정교한 수급논리는 '궤변을 위한 궤변'이라는 평가를 넘는다. 자유시장론의 대부 하이에크는 생전에 이 책을 '경제학을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한 편견과 미몽에서 깨어나는 수단, 다른 직업에 대한 근거 없는 편견에서 비롯되는 오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편'으로 평가했다. 사고영역 확대와 왕성한 지식증산은 독자의 몫이다. 310쪽. 값 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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